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통신사들의 통신비 구조와 시장점유율 문제, 빅테크 기업의 조세회피 문제 등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현안들이 다수 논의됐다.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과기정통부 국감에서는 여야 의원 가리지 않고 통신 3사의 문제점에 대해 질의했다. 이 때문에 증인으로 출석한 통신 3사 관계자들은 답변에 진땀을 빼야 했다. 특히 통신 3사 대표 중 유일하게 출석한 KT의 김영섭 대표에 대해 질의가 집중됐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LTE 요금제가 5세대 이동통신(5G) 요금제에 비해 비싸고, 월 제공 데이터도 더 적은 현상에 대해 지적했다. 최수진 의원은 "LTE는 5G에 비해서 5분의 1 정도 속도가 느림에도 불구하고 5G보다 LTE 요금제 가격이 비싸다"며 "가령 SK텔레콤의 사례를 보면 5G 월 6기가바이트(GB) 요금제 가격이 3만9000원인데 LTE의 경우 월 4GB를 제공하는 요금제가 5만원"이라고 꼬집었다.
최 의원은 선택약정 할인제도에 대해서도 24개월 약정을 선택한 경우 12개월 약정보다 중도해지 위약금이 더 크게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KT에 대해서는 관련 공지가 전혀 돼 있지 않다며, 소비자들이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관련 약관을 변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신 3사는 나란히 개선을 약속했다. 김영섭 KT 대표는 "5G 요금제와 LTE 요금제가 일정 구간에서 역전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전반적인 부분을 상세히 살펴서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선택약정 할인과 관련해서도 "면밀히 살펴보고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임봉호 SKT 커스터머사업부장(부사장)은 "지난해 11월 LTE 단말기 사용 고객에 대해서 GB당 단가가 낮은 5G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개편했다"면서 "전체적인 요금 개편 때 말씀하신 부분을 잘 참고해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수영 LG유플러스 컨슈머부문장(부사장)은 "LTE에서 5G로 역전 현상이 일어난 부분에 대해서는 5G 요금제로 옮기는 부분에 대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관련 의견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T가 일부 고객에게 월 제공 데이터가 소진되지 않았음에도 속도를 떨어뜨리는 서비스품질관리(QoS)를 적용해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노 의원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이 같은 문제로 총 826회선이 피해를 입었다. 노 의원은 "KT는 처음에는 이용자 측의 문제라고 했다가 의원실에서 과기정통부를 통한 조사를 진행하자 입장을 바꿔 5000원 상당의 요금할인을 하겠다고 했다"며 "KT는 조사 기간을 늘려 관련해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영섭 대표는 "KT에서 개선 조치와 함께 관련해 보상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다음부터는 그런 일이 절대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전수조사와 관련해서도 "필요성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KT가 계열사인 KT스카이라이프의 유·무선 망 사용료 협상에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KT스카이라이프가 이번에 KT와 망 사용료 협상을 하면서 160억원을 절감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KT스카이라이프는 대표 선임 때마다 낙하산 논란이 있었다. 그 관점에서 보면 KT가 낙하산 인사에게 특혜를 준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최영범 KT스카이라이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초대 홍보수석이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KT가 KT스카이라이프에만 특혜를 줬다면 이는 명백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이에 대해 김영섭 대표는 "전혀 (특혜를 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최영범 대표는 "저희가 KT 망을 사용해서 사업하는데, 장기 사용고객이고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장기·단체고객에 대한 요율을 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알뜰폰 시장에서 통신 3사의 영향력이 너무 강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알뜰폰 시장에서 통신사 자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 50%, 2022년 47% 등 절반에 근접할 정도로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들의 시장 퇴출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통신 3사가 1개 정도의 알뜰폰 자회사를 두고 관련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던 것 깨졌다"고 꼬집었다. 실제 KT는 KT스카이라이프와 KT엠모바일 두 업체에서 알뜰폰 사업을 하고 있으며, LG유플러스는 미디어로그와 LG헬로비전이 알뜰폰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강도현 과기정통부 2차관은 "인수합병 과정에서 자회사가 늘었던 것 같다"며 "일정한 점유율 제한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관련 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과기정통부가 지난 7월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동통신사 자격을 취소한 것과 관련해 기존 이동통신 3사를 위한 결정 아니냐고 지적했다. 박정훈 의원은 "제4이통사 자격이 최종 무산되면 가장 행복한 쪽은 통신 3사일 것"이라며 "과기정통부가 핸들링을 잘 하지 못해서 스테이지엑스는 물론 소비자들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과기정통부가 스테이지엑스에 자본금 납입 관련한 안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도현 차관은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통사 자격을 박탈한 이유는 어디까지나 마지막 단계에서 제출 서류가 미비했기 때문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자본금 완납 계획 관련 의문에 대해 확실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강 차관은 "주파수 경매 시 현재의 등록제로는 (경매 단계에서) 전체적인 재정능력을 보는 구조는 아니었다"며 "마지막 서류 검토 과정에서 자본금 납입 문제, 주주 구성이 기존과는 달라진 문제 등이 있어 법률 자문 등을 거쳐 주파수 할당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구글코리아에 대한 질타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망 사용료·조세 회피 관련 질문이 쏟아짐에도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하면서 의원들의 질의가 더욱 집중됐다.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구글이 망 사용료를 내는지 묻는 질문에 미국에서 접속료를 낸다고 답했는데, 구글의 편의주의적 접근"이라며 "미국에서 접속할 때는 미국 현지 통신사에 접속료를 내는 것이고 한국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공급할 때는 한국 통신사와 연결해서 국내 트래픽 유발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저희가 해저케이블 등 다른 네트워크를 많이 가지고 있다 보니 국내 통신사업자(ISP)와 저희 간의 사적 계약에 따라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구글이 한국지사의 매출을 축소 신고하고, 앱 마켓에서 거둔 막대한 매출은 싱가포르 쪽 매출로 간주해 세금 납부를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경훈 사장은 "구글코리아는 광고 재판매 사업을 위주로 하고 있어 광고 사업 매출이 더 많다"며 "앱 마켓은 계약 주체가 구글코리아가 아니며 실제 운영 인력 등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구글이 국내 안드로이드 앱 마켓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앱 개발사로부터 막대한 인앱결제 수수료로 돈을 강탈하는데 정작 세금을 내지 않는 행위가 온당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규탄했다.
아주경제=세종=윤선훈 기자 chakrell@ajunews.com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