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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메모리 호황 취했던 삼성 …"처절한 혁신으로 AI칩 주도"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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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어닝쇼크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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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부회장)이 강도 높은 쇄신 각오를 밝힌 것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둘러싼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데 반해 '반도체 사이클'은 둔화 국면에 빠질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실제로 8일 발표한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매출이 79조원, 영업이익이 9조1000억원이다. 직전 분기 대비 매출은 6.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2.8% 감소했다. 영업이익 10조원도 다시 무너졌다. 삼성전자는 2022년 3분기 이후 7분기 만인 올해 2분기에 영업이익 10조원을 탈환했었다.

최근 반도체 업황은 이중 사이클 곡선을 그리고 있다. PC와 스마트폰 시장을 중심으로 한 디바이스 수요가 견인하는 '전통적 메모리 사이클'과 AI 관련 인프라 확대에 따른 'AI 메모리 사이클'이다. 특히 AI 붐에 힘입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낮은 전력을 소모하면서도 높은 전송 속도를 자랑하는 DDR5 메모리가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한동희 SK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메모리 사이클은 주로 PC와 스마트폰 시장을 중심으로 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수요에 크게 의존했다"면서 "하지만 현재 또 다른 수요가 발생하면서 AI 사이클에 제대로 올라타면 수익성 유지는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전 부회장이 혁신을 강조한 데는 AI 칩을 주도해 다시 한번 '1위 삼성'이 되자는 메시지가 깔려 있다.

하지만 현실은 위태롭다.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을 4조원대 중반에서 5조원대로 추정했다. 직전 분기 6조4500억원보다 줄어든 수치다. 메모리를 탑재하는 핵심 제품인 스마트폰과 PC 판매가 부진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반도체 재고를 쌓지 않고 있다"면서 "이에 더해 중국 메모리 업체의 물량 공세까지 겹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구매자들의 재고량이 12~16주로 늘면서 수요가 줄고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의 9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보다 17.07% 급락했다. 작년 4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 가격 역시 전월보다 11.44% 하락했다.

미국 증권사인 모건스탠리가 지난달 반도체 업계에 대해 '겨울이 다가온다'는 평가를 내린 이유다.

또한 삼성전자는 'AI 메모리 사이클'에 제대로 올라타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HBM 5세대인 HBM3E 8단과 12단 제품을 AI 업계의 큰손인 엔비디아에 공급하고자 품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3분기 내에 테스트를 완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발열과 내구성 등을 이유로 통과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주요 고객사와의 사업화가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AMD 등에는 공급하고 있지만, 매출 추가 확대에는 실패한 대목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 세계 HBM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마이크론 9% 수준이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 양산에 돌입한 데 이어 연내에 공급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HBM3E 대신 내년에 출시할 차세대 모델인 HBM4 개발에 더욱 매진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마저 내놓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로서 HBM의 공급 과잉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엔비디아가 블랙웰 다음 AI 가속기로 공개한 '루빈'의 경우 탑재되는 HBM 용량이 9배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삼성전자로서는 HBM 개발 추격에 서둘러야 하는 대목이다.

또 반도체 위탁 제조를 담당하는 파운드리 사업부와 시스템 LSI 사업부는 지속된 부진에 약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입은 것으로 SK증권은 평가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장기적인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HBM 등 고부가가치 사업 중심으로 성장 모멘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소라 기자 /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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