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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위기의 삼성전자, 애니콜 화형식에 준하는 결기 보여야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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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위기다. 회사 수뇌부가 이를 인정하고 나섰다. 3분기 영업이익(연결 기준)이 9조1000억원으로 지난 2분기보다 12.8% 줄어들었다고 공시한 8일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로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사과 메시지를 냈다. 영업이익이 증권사 컨센서스를 1조3000억원가량 밑돌았으니, 삼성 수뇌부도 위기를 절감한 것이다.

전 부회장은 위기 극복 방안으로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을 제시했는데, 시장의 우려를 가감 없이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옳은 방향이다. 과거 삼성전자는 '초격차'를 지향하는 '테크놀로지 리더십'을 토대로 반도체 세계 1등 기업이 됐다. 그러나 최근 흔들리는 조짐을 보인 게 사실이다. 인공지능(AI) 컴퓨팅에 필수인 GPU의 핵심 부품인 HBM은 SK하이닉스가 이미 지난 3월 엔비디아에 5세대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했으나, 삼성전자는 여전히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파운드리는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이 2023년 3분기 12.4%에서 올해 1분기 11%로 떨어지면서 TSMC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오로지 기술 경쟁력을 복원해야만 AI와 파운드리에서 선두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기술 경쟁력은 절대 쉽게 얻어질 수 없다. 뼈를 깎는 혁신의 진통이 불가피하다. 그러려면 1995년 '애니콜 화형식'에 못지않은 결기가 있어야 한다. 당시 삼성전자는 모토롤라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질보다 양에 치중하는 과오를 범했다. 이로 인해 애니콜 휴대폰의 불량률이 11.8%까지 상승하자, 삼성전자는 시중에 팔린 휴대폰 15만대를 회수했다. 이건희 선대 회장의 지시로 직원 2000명이 보는 앞에서 휴대폰을 해머로 부수고 불태웠다. 기술과 품질에 사활을 걸겠다는 확고한 선언이었다.

이제 삼성전자는 반도체에서도 '화형식'에 준하는 결기를 보여야 한다. 전 부회장은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면서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이며 타협할 수 없는 자존심"이라고 했다. 이러한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의 각오가 대대적인 쇄신과 혁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또한 전 부회장은 "가진 것을 지키려는 수성(守城) 마인드가 아닌, 더 높은 목표를 향한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겠다"고 했는데, 이 역시 지금 삼성에 필요한 정신이다.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 50조원을 웃도는 영업이익을 낼 때, 첨단 선도 기술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삼성전자는 이 선대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는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임원들을 모아 놓고는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모두 바꾸라"고 했다. 그 같은 변화를 수용하며 도전했기에 반도체 글로벌 1등 삼성이 가능했다. 변화 없인 혁신도 1등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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