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개와 사람에 관하여’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책임 여부 외면 비판
문화예술인 단체의 피켓팅 시위로 GV 취소돼
영어로 ‘세탁’이란 뜻인 ‘워싱(Washing)’은 이 단어 앞에 특정 단어를 추가해 어떤 현상을 비판하는 데 자주 활용된다. 그린워싱(Green washing)은 기업이 자신의 제품은 환경에 이롭다고 선전하지만, 실제로는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나쁜 점은 숨기는 위장환경주의를 꼬집는 용어다.
5일 부산국제영화제 관객과의 대화 갖는 대니 로젠버그 감독과 배우 오리 아비노암 [사진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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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흑인을 주연으로 캐스팅한 디즈니의 실사 영화 ‘인어공주’는 ‘블랙워싱(Black washing)’ 논란이 불거지면서 많은 관객에게 외면받았다. 블랙워싱은 인종적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백인으로 설정된 캐릭터를 흑인 배우가 연기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백인 배우를 우선 기용하던 관행인 ‘화이트워싱(White washing)’에 견줘 나온 용어다.
영화 ‘개와 사람에 관하여’는 이스라엘 감독 대니 로젠버그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부문에 초청됐다. 이 영화는 16세 이스라엘 소녀 ‘다르’가 하마스 공격으로 잃어버린 개를 찾는 여정을 그렸다. 로젠버그 감독은 “현실을 그대로 담기 위해 지난해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한 달이 지난 뒤 가자지구 경계 지역인 키부츠에서 모두 현지 촬영했다”고 밝혔다.
영화 '개와 사람에 관하여'의 한 장면 [사진출처=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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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상영일인 지난 3일 문화예술인 800여명은 영화제가 열린 영화의 전당 주변에 모여 피켓 시위를 벌이고, 상영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영화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책임 여부를 외면하고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모습을 연출해 진실을 은폐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학살 1년이 되는 시점에 부산국제영화제가 상영하는 ‘개와 사람에 관하여’는 이스라엘 정부와 산업이 막대한 자본과 노력을 들여 자행하는 문화워싱의 일환으로 제작된 파렴치한 프로파간다 영화”라며 “부산국제영화제는 이 영화를 초청함으로써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침묵하고 감독의 궤변을 지지하기를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규탄 집회 연 팔레스타인 연대 시민단체.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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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팅 직후, 영화제 측은 영화가 끝난 뒤 예정된 로젠버그 감독과 배우가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GV)’를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두 번째 상영이 있던 지난 5일 상영 직전 상영관 앞에서 한 시민은 1인 시위를 벌이며 성명서를 입장하는 관객들에게 나눠줬다. 상영 직후 로젠버그 감독과 주연 배우 오리 아비노암이 참석한 GV에선 경호원들이 무대를 지키며 돌발 상황에 대비했다.
이 영화는 이야기의 뼈대를 제외한 나머지는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동시에 담고 있지만, 팔레스타인의 피해가 일방적으로 커지는 상황인 탓에 논란을 피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8월 열린 제81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오리종티’ 부문에 초청된 당시에도 영화인들의 상영 반대 캠페인 벌어지기도 했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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