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번 주 안에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추가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 지분을 최대 14.61%, 고려아연은 최대 18%를 공개매수할 계획이다. 양 측 모두 최소 매수 조건이 없어 공개매수 신청 물량이 최대 물량에 미달하면 전량을 매수한다.
그래픽=손민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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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 연합은 지난달 13일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을 66만원으로 제시했다. 이후 주가가 오르자 영풍·MBK 연합은 공개매수 가격을 75만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고려아연은 이달 2일 83만원에 공개매수 하겠다고 제시했다. 영풍·MBK 연합은 이틀 뒤 공개매수 가격을 83만원으로 똑같이 올렸다.
MBK는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고려아연 경영권을 인수하더라도 나중에 되팔아 투자금을 회수해야 해 무작정 높은 가격에 살 수가 없는 상황이다. 통상 사모펀드 운용사가 투자자(LP)를 모집할 때 보장하는 내부수익률(IRR) 기준은 8%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MBK는 고려아연 경영권을 인수해도 향후 10년간 팔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MBK는 영풍으로부터 지분을 매수할 권리가 있는데, 매수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다. MBK가 영풍으로부터 싼 값에 고려아연 지분을 인수하더라도 공개매수 가격이 높아지면 나중에 비싸게 팔아야 해 부담이 커지게 된다.
지난달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개시할 당시 MBK가 투입하겠다고 밝힌 자금은 약 2조원이었지만, 현재는 2조5000억원을 웃돈다. 여기에 영풍정밀 지분 인수, 장형진 영풍 고문 등 장씨 가문이 소유한 지분 취득을 위한 자금 등을 포함하면 4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투입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평소 고려아연 주가가 50만원대에서 오르내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개매수) 가격이 이미 과열돼 있다”며 “10년 뒤를 보더라도 이자 부담이나 시장, 사업 변수를 상쇄하고 목표 수익을 달성할 수준으로 기업가치를 키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영풍과 MBK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던 중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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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도 부담이 있는 건 마찬가지다. 베인캐피탈 지원, 외부 금융기관 대출, 자기자금 등을 활용해 공개매수 자금을 마련했지만,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 장기적으로 회사 재무구조가 악화하고 투자여력이 축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전날 자사주 공개매수에 투입한다고 밝힌 자기자금 1조5000억원 중 1조원은 차입금이라고 정정했다. 기존에는 공개매수를 위해 마련한 자금을 자기자금 1조5000억원, 차입금 1조1635억원으로 신고했지만 사실상 전체 3조1000억원(베인캐피탈 4300억원 포함)중 자기자금은 16.1%에 불과한 셈이다.
일각에선 고려아연이 차입금으로 부담해야 할 이자만 연간 약 1800억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회사 부채비율이 증가해 기존에 예정된 자금 조달이나 신사업 투자 여력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고려아연은 지난해부터 오는 2033년까지 10년간 기존 제련 사업과 신사업에 총 16조7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재계에선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가격을 조정한다면 그 날짜가 11일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영풍·MBK 연합이 14일까지 고려아연, 영풍정밀 지분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만큼 11일까지 가격을 상향해야 투자자를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까지 가격을 조정하지 않으면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종료일(23일)은 영풍·MBK보다 늦어지게 돼 같은 조건이라면 투자자가 영풍·MBK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권유정 기자(y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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