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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8 (토)

“바흐 의도대로” 5현 첼로로, 바로크스럽게 녹음한 모음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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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첼리스트 문태국이 10월7일 서울 종로구 크레디아 클럽에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프렐류드를 연주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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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문태국(30)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크레디아 클래식 클럽 무대에 올랐다. 이날 발매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6번 전곡 음반 발매 간담회였다. 무대엔 크기가 다른 첼로 2대가 놓여 있었다. 한 대는 보통 첼로보다 몸체가 조금 작았다. 현이 한 줄 많고, 음역이 높은 ‘5현 피콜로 첼로’였다. 그는 “수소문 끝에 미국에서 10시간이나 운전해 구했다”며 “첼로의 8분의 7 정도 사이즈”라고 소개했다. 원곡 악보에 6번 모음곡은 ‘5현 첼로’로 연주하도록 명기돼 있다. 문태국은 1번의 프렐류드는 보통 첼로, 6번의 가보트는 5현 첼로로 들려줬다.



바흐 첼로 모음곡은 첼리스트들에게 ‘알파이자 오메가’다. 파블로 카잘스(1876~1973) 이후 수많은 첼리스트가 음반을 내놓고 있다. 1번을 연주한 녹음은 무려 719개(애플뮤직 기준)에 이를 정도. 첼리스트 문태국(30)은 여기에 무엇을 더 보태기 위해 전곡 음반을 내놓았을까. “연주자의 해석과 개성이 돋보이는 음반은 많아요. 저는 바흐의 의도대로 연주하는 게 목표였어요.”‘ 그는 ‘바흐에 좀 더 가까운 연주’를 차별성으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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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문태국이 10월7일 서울 종로구 크레디아 클럽에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프렐류드를 연주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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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의 의도에 다가서기 위해 그는 악기부터 바꿨다. 첼로의 아래 두 줄은 양의 창자를 꼬아 만든 거트(gut) 현을 쓰고, 개량한 바로크 활을 사용해 녹음했다. 5현 첼로는 운지법부터 다시 연습해야 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자 벌거벗은 느낌”으로 다가올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었다. “거트현은 음색이 거칠수록 소리는 부드럽고 따스했어요.” 그는 “거트현의 매력에서 헤어나기 어려웠다”며 “그동안 정제되고 깨끗한 소리를 추구했다면 이제 자연스럽고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소리를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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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7일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6번 전곡 음반을 발매한 첼리스트 문태국. 크레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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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녹음이 끝나고 거트현을 금속현으로 바꾸면서 마음 한켠이 휑해졌다”며 작곡가 당대의 악기와 주법으로 연주하는 고음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나중에 다시 이 곡을 녹음한다면 ‘바로크첼리스트 문태국’으로 녹음하고 싶어요.” 고음악에 대한 애정은 학업으로도 이어진다. 올가을부터 독일 뒤셀도르프 슈만 음대에서 첼리스트 피터 비스펠베이에게 배우기로 했다. 주로 거트현을 사용한 원전 연주를 선보이는 첼리스트다.



13살 소년 첼리스트 카잘스가 1889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헌책방에서 악보를 발견하기 전까지 이 곡은 거의 연주되지 않았다. 카잘스는 5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60살이 다 된 1936~1939년에야 전곡 음반을 내놓았다. 문태국도 “아직 어린 나이에 이렇게 큰 도전과 통 큰 모험을 한다는 게 부끄럽기도 했다”며 “과연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고 했다. 그는 2014년 파블로 카잘스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문태국은 “이번 음반이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새로운 시도였다”며 “방대하면서도 지극히 개인적인 이 모음곡은 그냥 완벽하다”고 말했다.



문태국은 바흐 첼로 모음곡 전곡을 연주하는 독주회도 연다. 오는 26일 오후 2시와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아이비케이(IBK)챔버홀에서 각각 3곡씩 연주한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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