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국방종합대학 방문해 연설에서 밝혀
국군의 날 행사 등 언급하며 비대칭성 강조
“핵국가와는 대결보다 상황관리 고민해야”
“솔직히 대한민국 공격할 의사 전혀 없다”
“적들이 우리 반대하고 무력사용 기도하면
모든 공격력 사용, 핵무기도 배제 안 해”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7일 창립 60주년을 맞이한 김정은국방종합대학을 축하방문하고 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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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간 핵전력의 비대칭성을 부각하며 남한을 향해 “현명하다면 핵국가와는 대결·대립보다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상황관리 쪽으로 더 힘을 넣고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면서도 만약 적이 무력사용을 시도하면 핵무기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핵을 보유한 국가로서 억지력을 과시하면서 핵무력 증강의 정당성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내적으로는 한국 국군의 날 행사의 정보가 내부에 유입돼 주민들의 동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일 김정은국방종합대학을 방문해 창립 60주년을 축하하면서 연설을 진행했다고 노동신문이 8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한국 국군의 날 행사와 전략사령부 창설을 언급했다. 그는 “윤석열이 기념사라는 데서 작심하고 공화국 정권의 종말에 대해 천박하고 상스러운 망발을 내뱉었는데 상전(미국)의 힘에 대한 맹신에 완전히 깊숙이 빠져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현명한 정치가라면 국가와 인민의 안전을 놓고 무모한 객기를 부릴 것이 아니라 핵 국가와는 대결과 대립보다는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상황관리 쪽으로 더 힘을 넣고 고민할 것”이라며 “무적의 명장이 출현한다 해도 핵과 재래식 전략의 격차를 극복할 비책은 내놓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남북 간 핵 비대칭성을 강조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일에도 윤 대통령을 향해 “핵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의 문전에서 군사력의 압도적 대응을 입에 올렸는데 뭔가 온전치 못한 사람”이라고 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이 안전하게 사는 방법은 우리가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게 하면 되는 것”이라며 “솔직히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의식하는 것조차도 소름이 끼치고 그 인간들과는 마주 서고 싶지도 않다”라며 “이전 시기에 남녘해방, 무력통일이라는 말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이에 관심이 없으며 두 개 국가를 선언하면서부터 더더욱 그 나라를 의식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 북한은 전날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했는데 헌법 개정을 통해 ‘두 국가’ 관계를 제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북한은 남한을 무시하겠다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문제는 시도 때도 없이 우리를 건드리고 있다는 것”이라며 “조선반도(한반도)에서 전략적 힘의 균형의 파괴는 곧 전쟁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적을 항상 억제하고 정세를 관리할 수 있는 물리적 힘을 가져야 한다”라며 핵무력 등 국방력 강화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만약’이라는 것을 전제로 “적들이 우리 국가를 반대하는 무력사용을 기도한다면 공화국 무력은 모든 공격력을 주저 없이 사용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핵무기 사용이 배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핵에 기반한 한·미 동맹의 움직임을 매우 민감하게 의식하고 있고, 이를 명분으로 핵대응 태세 수준을 끝없이 높이겠다는 의도”라며 “한반도에서의 전략적 힘의 균형의 파괴는 곧 전쟁을 의미한다는 인식은 지속적인 핵강국 건설의 명분으로 작용하면서도 김정은 정권이 실제 품고 있는 초조감을 방증한다”라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핵전력과 재래식 전략 사이의 격차를 강조하면서 무모하게 자극하며 긴장을 조성하기보다는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라며 “한국이 핵보유국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핵보유국 가와의 비대칭성을 제대로 이해 못 한 것으로 보는 듯하다”고 했다. 홍 위원은 또 “한국의 국군의 날 행사와 윤 대통령의 ‘정권 종말’ 발언의 파급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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