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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해리스, 경합주 조지아서 패배 위기…캐스팅보트 한인들 "경제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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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콥 에너지 공연예술센터에서 열린 여성 낙태권 관련 캠페인 행사에 참석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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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에서 7대 스윙스테이트(경합주) 중 하나인 조지아는 한인 이민자 유입 비율이 급증하면서 이 지역 승패를 가를 최대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과거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했던 한국계 미국인 유권자들이 최근 악화된 불경기에 현 정부에 등을 돌리는 경우가 늘면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조지아주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선거인단 16명이 걸린 승부처로 해리스 부통령으로선 포기할 수 없는 곳이지만 캐스팅보트를 쥔 한인 유권자들의 민심 이반 징후가 적신호라는 지적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7일(현지시간) 덜루스를 중심으로 형성된 조지아주 한인 커뮤니티가 과거에는 민주당에 더 많은 표를 가져다 주었지만 최근 경제 문제 때문에 많은 이들이 민주당 지지를 재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이민자들은 1980년대 말부터 조지아 주도(州都) 애틀랜타 인근 덜루스를 중심으로 한 귀넷 카운티에 대거 자리잡기 시작했다. 2022년 아메리칸커뮤니티서베이(ACS)의 인구통계 자료에 따르면, 조지아주에는 총 7만1800여 명의 한인(혼혈 포함)이 거주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010년 이후 유입 인구가 급증한 귀넷 카운티는 한인 최다 거주 지역이다. 귀넷 카운티는 당초 공화당세가 강한 지역이었지만, 한인을 비롯한 아시아계 미국인 유권자가 크게 늘면서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연이어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승리를 안기는 등 지형이 바뀌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치솟는 생활비 때문에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흔들리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진단했다. 지난 7월 아시아ㆍ하와이 원주민ㆍ태평양 제도 주민(AANHPI) 유권자 단체인 ‘APIA 보트(vote)’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계 유권자의 민주당 지지율은 2020년 51%에 올해 38%로 떨어졌다. APIA 보트가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와 공동으로 실시해 지난달 발표한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35%를 기록해 4~5월 조사 당시 지지율 27%에 비해 8%포인트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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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인 인구가 급증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중앙일보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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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넷 카운티에서 한국식 바비큐 식당을 운영하는 이성용씨는 “특정 품목 식재료는 가격이 80%나 올랐다”며 “바이든의 경제에 실망했다. (이번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미용실 업주 신경옥씨도 “경기가 안 좋다. 손님이 50%나 줄었다”며 “앞으로 대선까지 남은 몇 주 동안 경제와 이민이라는 두 가지 이슈를 주시할 것”이라고 했다. 화장품 가게 매장 직원 메이 김씨는 카멀라 해리스 후보에게 마음이 기울고 있지만 많은 친구들은 그렇지 않다면서 “주변에 평범한 사람들은 요즘 살기가 힘들어졌다고 말한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민 적대시 노선에 대한 반감도 없지 않다. 귀넷 카운티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클라라 리가 그런 경우다. 그는 “트럼프 집권 때 숨어있던 인종차별주의자들이 본모습을 드러냈다”며 “저 자신이 소수인종이기 때문에 다시는 그와 같은 후보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절정이었던 2020~2022년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 범죄가 잇따르면서 인종차별과 공공 안전이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것도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중국 무술 쿵푸(kungfu)와 독감(flu)이라는 단어를 합성한 ‘쿵 플루’(kung flu)라고 하는 등 사실상 인종차별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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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에반스에서 허리케인 피해 복구와 관련해 언론 인터뷰를 한 뒤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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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번 대선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에 대한 우려를 가장 큰 이슈로 생각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이 매체는 “취재진이 만난 대부분의 (한인) 상인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구체적인 경제정책을 언급하는 사람이 없었고, 있더라도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했을 뿐”이라며 “해리스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무엇인지 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그를 바이든의 연장선상 인물로 규정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인종차별, 이민 문제, 의료비 등을 내세워 표심 공략을 시도하고 있지만 한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지지율이 하락하는 근본적 원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 홍 공화당 조지아주 하원의원은 “상당수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경제가 항상 가장 큰 관심사인데 지난 4년 동안 바이든 정부가 한 것에 만족하지 않고 변화를 원한다”며 “그래서 민주당보다 보수적인 쪽(공화당)에 더 많이 투표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한편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지지율 격차는 지난 1일 부통령 후보 TV 토론 이후 다소 좁혀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야후뉴스와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2~4일 미국 성인 1714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 등록 유권자 가운데 해리스 지지율은 48%로 트럼프(46%)를 오차범위(±3%포인트) 내인 2%포인트 앞섰다.

이는 지난 9월 10일 두 사람의 대선 후보 TV 토론 이후 실시된 같은 조사에서 나타난 격차 5%포인트(해리스 50%, 트럼프 45%)에서 좁혀진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투표 의향층 유권자로 범위를 좁히면 두 후보는 47%로 동률을 기록했다. 야후뉴스는 “해리스가 9월 TV 토론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지지율이 상승하기 전의 통계적 교착 상태로 돌아갔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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