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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글로벌 석유공룡의 변심, “화석연료 생산 더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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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BP, 2030 친환경 목표 포기
중동·북미서 유전 투자 확대
정유설비 확장 시 K-정유 타격


매일경제

지난 2017년 미국 멕시코만에 위치한 BP의 석유 플랫폼에 시추 시설이 설치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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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에너지 시장을 주도하는 석유 대기업들이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늦추고 있다. 대신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중·단기 수익 확대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이들이 원유 생산량 뿐만아니라 정유설비 확장에도 나설 경우 한국 정유업계의 글로벌 시장 환경이 악화될 전망이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영국의 에너지 회사 BP가 2030년까지 석유·가스 생산량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2020년 BP는 발표를 통해 10년 뒤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 2019년 대비 화석연료 생산량을 4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알렸으나, 지난해 2월 25%로 한 차례 하향한 바 있다. 이제는 조정을 넘어 아예 백지화에 나선 것이다.

BP의 이러한 움직임은 올해 1월 새로 선임된 머레이 오친클로스 최고경영자(CEO)의 의지로 분석된다. 오친클로스 CEO는 재무관리 전문가로 경쟁사 대비 저조한 BP의 실적을 개선할 임무를 갖고 있다. 기존 화석연료 관련 투자는 불확실성이 적고 짧은 시간 내 성과가 기대되므로 오친클로스 CEO의 목적에 부합한다.

BP는 석유 등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현재 이라크에서 신규 유전 프로젝트 3곳에 투자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알려졌다. 아울러 쿠웨이트 유전 재개발 및 셰일 오일이 풍부한 미국 내륙 퍼미안 분지 자산 인수도 검토한다고 전해졌다.

경쟁기업인 영국의 쉘 역시 지난해 1월 와엘 사완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 재생에너지 사업을 매각하고 수소·바이오 연료 프로젝트를 줄이는 등 에너지 전환 전략을 늦추고 있다. 사완 CEO는 취임 이후 실적을 개선하고 미국 경쟁사와의 주가 차이를 줄이겠다고 말한 바 있다.

거대 석유사의 화석연료 투자 기조가 정유설비까지 이어지면 한국 정유업계에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 정유업계는 2020년대 들어 글로벌 회사가 펼친 친환경 전략의 반사이익을 누려왔다.

2022년부터 한국의 정유제품 수출 1위 국가는 중국이 아닌 호주다. 2020년을 시작으로 BP, 엑손모빌 등 호주 정유시장을 장악한 글로벌 기업이 친환경 전환을 이유로 현지 공장을 폐쇄한 덕분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호주향 경유 수출량 역시 548만3000t으로 전년 동기(496만9000t) 대비 10.3% 늘어났다.

BP 관계자는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량을 없앤다는 회사 장기 목표는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방향은 동일하지만 더 단순하고 집중적이며 많은 가치를 제공하는 회사로 거듭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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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레이 오친클로스 BP CEO가 지난해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석유가스전시회(ADIPEC)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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