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권모(31)씨가 SNS에 올린 탄소중립실천 환급 금액 인증글. 권씨는 ″텀블러를 거의 매일 들고다녔는데, 최근 일반 매장에서 일회용기를 허용하면서 텀블러를 깜빡 잊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독자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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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나 식당 등에서 다회용기에 음료수를 받으면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는 '탄소 중립 실천 포인트제' 이용자 수가 지난해 11월 정부의 일회용품 규제 완화 조치 이후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의도에 근무하는 직장인 권모(31)씨는 2년 전부터 포인트제를 이용하고 있다. 게임처럼 포인트가 쌓이는 재미도 쏠쏠했고, 환경을 보호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에 자부심도 생겨 SNS에 인증글을 올리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텀블러를 이용하기 망설여지는 경우가 늘었다. 권씨는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에 시작한건데 지난해 11월부터 카페 내에서 일회용기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아예 텀블러를 깜빡 잊고 오는 경우가 늘었다”며 “다시 사무실로 가서 텀블러를 가져오기 귀찮은 생각이 들 때는 그냥 같이 일회용품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는 환경부에서 운영하는 포인트 제도다. 환경 보호 관련 행동을 하면 현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가 적립되는 구조다. 가장 대중적인 방식은 텀블러 이용이다. 지난 1월부터 환경부는 식당, 카페 등에서 일회용품 대신 텀블러를 챙겨가면 200원의 탄소중립실천포인트를 지급하고 있다.
직장인 권모(31)씨가 들고 다니는 텀블러 사진. 권씨는 ″텀블러를 거의 매일 들고다녔는데, 최근 일반 매장에서 일회용기를 허용하면서 텀블러를 깜빡 잊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독자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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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월별 포인트를 받은 인원은 제도가 처음 도입된 지난해 1월 3205명에서 지난해 9월 2만4046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해 11월부터 2만627명으로 줄기 시작하더니 올해 4월 1만2918명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11월부터 환경부는 식당·카페 내부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는 조처를 철회하고, 플리스틱 빨대 사용과 편의점 비닐봉지 사용에 대한 단속을 무기한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진 시점부터 일회용 컵 보증금제 참여로 탄소중립실천포인트를 받은 사람이 줄기 시작한 셈이다.
잘 정착되던 제도가 갑자기 외면받게 된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 완화를 지적한다. 서울 종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됐던 시점엔 일부러라도 텀블러를 챙겨오는 경우가 많았으나, 규제가 풀린 후로는 거의 안 보인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일회용 컵 보증금제(식음료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반납하면 300원의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에 대해 소상공인 부담을 이유로 애초 계획과 달리 제주와 세종에서만 제한적으로 시행하면서 지자체간 격차도 생기게 됐다. 경남 진주에 거주 중인 대학생 안모(23)씨는 “올해 2월 제주도를 방문하면서 곳곳에 다회용품반납 기계를 보게 됐고, 자연스럽게 동참하면서 1200원가량 환급받았다”며 “자원순환보증금센터에 대해서 알고 있었는데 지방에서는 관련 제도에 대한 안내를 보지 못해 이후로 한 번도 참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번거로움과 홍보 부족 탓에 포인트 적립을 꺼린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전에 거주하는 대학원생 장모(25)씨도 “개인 카페에 이야기하니 ‘그런 포인트가 있냐’고 반문했다”며 “내가 직접 설명을 하고 나서 포인트 적립을 한 경우도 있다. 특히 지방에서는 더욱 홍보가 안 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사무실이 밀집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개인 카페 점주 B씨는 “이 골목 일대에서는 포인트를 문의하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며 “요청하더라도 해드릴 여력도 없다. 개인 카페에서는 한 명이 모든 일을 다 해야 하는데, QR코드 형식으로 손님이 스스로 등록할 수 있는 시스템도 아니다 보니 일일이 등록해주기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공학과 교수는 “한국의 일회용품 사용량이 막대한 상황에서 규제를 완화하는 건 정부가 일회용품 규제에 손을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한 정책에 힘을 실어주지 않고 오히려 후퇴하는 정책을 펴니 환경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행동을 이어갈 동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자영업자의 부담이 문제가 된다면 소상공인들에게 참여할 만한 유인책을 제시하고 해법을 강구하는 게 맞다”며 환경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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