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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코리아 밸류업 지수 실망…수혜주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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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 발표 이틀 만에 종목 변경한다고?


투자자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베일을 벗었다.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정부와 금융당국이 야심 차게 마련했지만 시장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저평가된 고배당 종목이 빠지고 주주환원에 인색했던 기업이 다수 편입됐기 때문이다. 지수 편입이 당연시되던 일부 금융주가 제외되며 종목 선정 기준에 대해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판이 이어지자 한국거래소가 지수 공개 이틀 만에 긴급 브리핑을 열고 연내 구성 종목 조기 변경 등을 검토할 계획을 밝히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다만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대한 실망감이 큰 상황에서도 수혜주를 찾으려는 투자자 움직임이 포착된다. 별다른 기대감이 없었지만 지수에 편입된 종목부터 향후 편입 가능성이 높은 종목까지 투자자의 종목 선별 작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에서 구성 종목 조기 변경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투자자는 지수 내외에서 폭넓게 수혜주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매경이코노미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9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거래소 서울사옥 출입기자실에서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구성 종목과 선정 기준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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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감 낮았지만 ‘깜짝 편입’

IT 24개, 헬스케어 12개 포함

지난 9월 24일 한국거래소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했다. 정부가 앞서 발표한 ‘기업 밸류업 지원 정책’의 후속 조치로, 주주환원율과 자본 효율성 등 주주 가치 지표가 높은 상장 기업 100곳으로 구성했다.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여부와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질적 지표를 골고루 반영해 코스피 67개 종목, 코스닥 33개 종목을 추렸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차갑다. 주주환원과 거리가 멀다고 여겨진 종목이 다수 편입된 반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예고한 종목이 지수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발표된 지수에서 수혜주를 찾으려는 투자자 움직임이 분주하다. 증권가에서도 코리아 밸류업 지수 관련 수혜주를 찾는 보고서를 줄줄이 발간하고 있다.

먼저 지수 편입 기대감이 낮았지만 깜짝 포함된 종목이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업종으로는 정보기술(IT)과 헬스케어가 거론된다. 지수 구성에 여러 업종을 편입하려는 금융당국 노력으로, IT와 헬스케어 업종에 속하는 종목이 다수 편입됐다는 분석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수에 편입된 100개 종목 중 IT는 24개, 헬스케어는 12개 종목이 포함됐다.

실제로 지수에 편입된 IT 종목 중 다수가 발표 후 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가 지수를 발표한 지난 9월 24일부터 27일까지 4거래일간 윤성에프앤씨(14%), 넥스틴(8%), 하나머티리얼즈(6%), 심텍(6%), 주성엔지니어링(6%), LX세미콘(6%), 원익QnC(5%), 동진쎄미켐(5%), 해성디에스(4%) 등이 시장을 뛰어넘는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1%씩 오름세를 보였다. 그 외 코미코, 이녹스첨단소재, 이수페타시스 등도 이번 지수 편입으로 수혜가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헬스케어 업종에서도 12개 종목이 지수에 편입된 가운데 덴티움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주를 이룬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덴티움은 지수에 편입된 헬스케어 12개 종목 중 자기자본이익률이 18%로 비교적 높은 편에 속한다.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은 95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높은 수준으로 실적 성장세도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그 외 업종에서는 배당을 진행하면서 실적 성장이 이어지는 종목이 전문가 추천을 받았다. KB증권은 지수에 편입된 종목 중 TKG휴켐스, 에스원, NICE평가정보, 메가스터디교육, 골프존, 케이카 등을 주주환원과 실적 성장 두 가지 기준 모두에서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았다.

거래대금에 비해 자금 유입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도 유망 투자처다. 증권가는 소재와 산업재 업종에 속하는 종목의 수급 파급력이 클 것으로 내다본다. 한진칼, 대한항공, 휠라홀딩스, 코웨이, 동서, 제일기획 등이 대표적이다.

BGF리테일을 추천하는 전문가도 있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주주환원 규모 확대 여력이 높은 편이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편의점 산업 내 상위 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이 상승하면서 BGF리테일의 향후 수익성 개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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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입 실패한 KB·하나금융지주

HD현대·POSCO·LG ‘굿’

지수 편입이 불발됐지만 오히려 투자자 관심이 더욱 쏠리는 종목도 있다. 금융주가 대표적이다. 특히 증권가는 KB증권과 하나금융지주의 지수 편입 불발을 오히려 매수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다. 시장 반응도 마찬가지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발표된 9월 24일부터 4거래일 동안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오히려 2%씩 상승했다.

금융주는 지수 편입에 실패했지만, 여전히 주주환원 기대감이 높은 종목이라는 전문가 분석이다. 실제로 KB금융은 높은 자본비율을 바탕으로 지난해 대규모 주주환원을 시행했으며, 올해는 밸류업 공시를 전 기업 최초로 예고했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30%대의 주주환원율과 6% 내외 배당수익률을 제시하며 밸류업 예고 공시를 한 바 있다. 그러나 KB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ROE와 PBR 요건 미달로 지수 편입이 불발됐다.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 외 삼성생명과 NH투자증권, 기업은행, JB금융지주 등도 지수 편입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으나 끝내 포함되지 않은 금융주도 눈여겨볼 만하다.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지주사를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주목해야 한다. 향후 밸류업 공시를 통한 적극적인 주주환원 의지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다수 전문가가 공통적으로 거론한 종목은 HD현대, POSCO홀딩스, LG다. 실적이 뒷받침되는 대형주면서도 고배당이 돋보인다는 분석이다. 올해 실적을 반영할 때, 향후 편입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이에 해당하는 종목은 HD현대마린솔루션, 산일전기, 하나투어, GKL, 강원랜드, 빙그레 등이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지수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향후 편입 가능성이 있는 종목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편입되지 않았다고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이번 편입 불발로 인한 단기 하락은 투자 측면에서 가격 이점을 높여주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리아 밸류업 지수 성과는 향후 기관의 활용도에 달려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경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국내 기관 활용도에 따라 지수 흥행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라며 “기관 활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연기금의 집행 여부”라고 내다봤다. 이어 “연기금이 집행을 시작한다면 그 외 기관으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며 “지수에 대한 실망감이 표출된 만큼 향후 금융당국의 봉합책이 나온다면 재차 기대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9호 (2024.10.09~2024.10.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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