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욱 한국거래소 부이사장(코스닥시장 본부장) |
혁신(革新)이라는 말은 동물의 날가죽(皮)을 무두질해서 새롭게(新) 쓸모 있는 가죽(革)으로 만드는 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아무리 훌륭한 가죽도 그대로는 부패하기 쉽기 때문에 털을 제거하고 무두질을 하는 등 손질을 거쳐야만 명품가방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이처럼 혁신의 본질은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창출하는 것이다. 1996년 출범한 코스닥 시장 역시 혁신기업 플랫폼으로서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을 발견하고 상장시켜 우리 경제에서 중요한 가치를 창출해왔다.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기업인 알테오젠(시총 19조원)의 경우, 2014년 상장 당시 시가총액은 1403억원에 불과했다. 알테오젠은 코스닥 상장으로 더욱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고, 이는 성장에 주요한 밑거름이 됐다. 2000년 코스닥에 상장한 에스엠은 1호 엔터기업으로서 불모지였던 엔터 산업을 일구고 K-POP과 한류 문화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며 현재의 K-컬처를 개화하는데 공헌했다. 돌이켜보면 코스닥은 벤처산업 생태계가 뿌리내리고, 바이오·2차전지·컨텐츠 등 미래 먹거리가 우리 경제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그런 코스닥이 부실·한계기업의 증가와 해외시장 대비 부진한 지수 흐름 등으로 투자자로부터 외면당하고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이는 대형 우량기업, 투자자들의 이탈을 초래해 시장 기반을 취약하게 하는 악순환을 야기한다. 신뢰는 단순한 심리적 요인이 아니라 시장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핵심 자산이다. 신뢰가 약화되면 시장이 흔들리고 그 피해는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게 돌아온다. 혁신기업 플랫폼을 지향하는 코스닥이 과연 스스로 혁신하고 있는지 돌아볼 시점이다.
한국거래소는 이러한 악순환을 끊고 시장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기업의 회생 가능성을 중심으로 상장폐지 제도를 운영하되, 부실·한계기업을 제때 퇴출시켜 시장 건전성을 제고하고자 한다. 아울러 뛰어난 기술력과 시장성을 가진 혁신형 기업들이 올바른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기술평가 제도를 개선하겠다. 상장기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지적과 관련해, 코스닥기업에 대한 IR 및 분석자료 제공을 확대하고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겠다. 투자자들의 수요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겠다.
가죽을 벗기고 다듬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듯, 혁신의 과정 역시 그러하다. 한국거래소는 긴 호흡으로 코스닥의 역동성과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지속하겠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코스닥이 다시 신뢰받는 혁신기술주 시장으로서 시장 자체의 지속가능성을 회복하고 프리미엄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혁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한 사례들을 보면, 현재 코스닥이 직면한 상황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 역시 우리 벤처산업과 자본시장을 더욱 견고히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코스닥이 스스로 혁신의 길을 걸어 다시금 신뢰받는 혁신기업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애정을 가지고 함께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
민경욱 한국거래소 부이사장(코스닥시장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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