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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김병기 ‘필향만리’] 傷人乎? 不問馬(상인호 불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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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돌발 사태 앞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한 마디가 평소 인품을 대변한다. 운전 중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는 험한 욕설이 대표적 사례이다. ‘운전대를 잡으면 누구나 그래’라며 자기합리화할 일이 아니다. 고쳐야 할 나쁜 버릇이다.

공자의 집 마구간에 불이 났다. 소식을 접한 공자는 황급히 “사람이 다쳤는가?”라고 물을 뿐, 말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말보다 사람을 먼저 챙긴 공자의 인품이 순간에 드러났다. 설마 그럴 리 없겠지만, 오늘날 누군가의 마사(馬舍)에 불이 났다면 “아이고! 내 말! 혹 그 명마 다친 데 없니?”라며 말을 먼저 챙길 사람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의 비정한 억측일까? 명마를 먼저 챙기려는 속셈이 작용하는 사회는 불행하다. 노동자의 목숨보다 내 공장의 기계 설비를 더 중히 여기는 사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남의 목숨 경시는 자기 목숨 위협으로 되돌아옴을 알아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傷:다칠 상, 乎:어조사 호, 問:물을 문. “사람이 다쳤는가?” 하시고 말에 대해서는 묻지 않으셨다. 26x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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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사태 때 무엇을 먼저 챙기느냐가 인품 가늠의 척도이다. ‘숙습난방(熟習難防)’이란 말이 있다. “몸에 익은 버릇은 (불쑥 튀어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사람보다 돈을 더 중히 여기는 사고가 숙습이 돼버리면 어느 순간 악마가 되는 것을 막기 어려울 것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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