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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시선2035]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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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어환희 IT산업부 기자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구글이 아니다. 질문을 던지는 데 있어, 모든 인간이 타고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맞서야 한다.”

AI(인공지능) 기반 검색 엔진 ‘퍼플렉시티’를 만든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CEO가 지난 6월 한 팟캐스트에서 한 말이다. 3년 차 스타트업 퍼플렉시티는 업력으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지만, 구글이 약 20년간 쌓아온 검색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키워드를 입력하자마자 줄줄이 쏟아지는 웹사이트를 뒤져야 했던 기존의 검색 방식. 그러나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포털이 내놓는 수많은 문서와 링크들 속에 내가 찾는 답이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퍼플렉시티의 AI는 키워드가 아닌 질문에 반응한다. 검색의 결과물을 질문에 대한 답변 형태로 내놓는다. 출처까지 달아서 말이다. 검색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핵심을 찌르는 인간의 질문이다.

중앙일보

지난해 10월 21대 국회 국정 감사 마지막 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피감기관 직원들이 자료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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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능력이 유독 소중하게 느껴지는 시기가 왔다. 매년 가을마다 열리는 국정감사는 국회의원들의 질문 능력이 두각을 나타내야만 하는 시기다. 올해는 22대 국회의 첫 국감이기도 하다. 스리니바스 CEO의 말처럼 모든 인간이 선천적으로 질문을 잘하진 못하더라도, 국회의원 300명은 후천적으로라도 이 능력을 갖춰야 할 터. 5000만 명이 훌쩍 넘는 국민을 대표하기 위해 선출된 집단이기 때문이다. 속이 뻥 뚫리는 질문보다 호통과 퍼포먼스가 난무한다는 기존의 비난 어린 시선에서 이번 국감은 벗어날 수 있을까.

예고편 격으로 공개된 증인·참고인 명단을 살펴보면 우려가 앞선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에 총 161명(증인 108명·참고인 53명)을 국감장으로 불렀다. 역대 최대 규모다. 환경노동위원회는 걸그룹 뉴진스의 멤버 하니를 참고인으로 채택했는데,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질문을 던지겠다는 이유다. 하니는 지난달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하이브 소속 타 그룹 매니저가 면전에서 “무시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캐릭터의 저작권 지급 및 수익구조 정당성을 물어보겠다며 EBS 캐릭터 ‘펭수’를 부르겠다던 21대 국회의 모습이 묘하게 겹친다.(당시 펭수는 출석하지 않았다.)

7일부터 국감이 시작된 현시점에서 관건은 국회가 ‘어떻게 질문할 것인지’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감은 “국정 전반에 관해” 감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감사 대상이 향후 입법 활동과 예산 심사에 도움이 되는 답변을 내놓도록 질문해야 한다. 주의할 점이라면, 몇 번이고 질문을 수정할 수 있는 AI와 달리 국회는 한 번 질문을 던지는 데 드는 비용이 꽤 크다는 것. 최근 만난 IT 회사의 대관 담당자의 하소연으로 이를 설명해 본다. “국감 기간엔 본업은 올스톱이죠. 병풍처럼 새벽까지 국회를 지키다 보면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옵니다.”

어환희 IT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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