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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초강대국도 쥐락펴락 네타냐후의 승부수는 ‘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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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 고조시켜 우방 ‘결속 다지기’

바이든 정부의 휴전 압박도 무시

미 대선 박빙 구도에 영향 가능성

경향신문

인도네시아에서 6일 열린 가자지구 전쟁 규탄 시위 참가자들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얼굴이 그려진 현수막을 밟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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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타고난 승부사’라는 평과 ‘잔혹한 학살자’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는다. 1996년 첫 임기를 시작한 5선 총리인 그는 네 명의 미국 대통령을 상대했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는 1996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그와 회담한 뒤 보좌관에게 “도대체 누가 여기서 빌어먹을 초강대국인 거야”라고 물었다는 일화를 전했다.

가자지구 전쟁 1년은 네타냐후 총리가 ‘초강대국’ 미국조차 쥐락펴락한 한 해였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휴전 협상을 보란 듯이 걷어찼던 그는 전선을 가자지구 밖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후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막지 못한 안보 실패 책임으로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1년간 하마스 궤멸·인질 전원 구출이란 목표 중 무엇 하나도 달성하지 못했다. 이스라엘의 국제적 위상도 ‘전범 국가’ 수준으로 추락했다. 지난달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에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파상공세가 시작되자 바닥을 쳤던 그의 지지율이 급등했다.

‘확전’은 네타냐후 총리가 위기에 몰릴 때마다 선택한 기사회생 전략이었다. 중동지역 긴장을 극적으로 고조시켜 내부 결집을 유도하고, 대외적으로는 미국 등 이스라엘에 냉담해졌던 우방을 다시 이스라엘 편으로 묶어두려는 노림수다.

지난 3월 미국 민주당 일인자이자 유대계인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네타냐후가 이스라엘의 이익보다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앞세운다”며 선거를 통해 그를 축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2주 뒤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하며 전선을 확대했다. 이에 이란이 이스라엘에 보복하자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원했고,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7월 미 의회에서 연설하며 52차례 기립 박수를 받았다.

최근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의 휴전 요구를 무시하며 레바논을 융단폭격해 이란을 도발했고, 이에 이란이 지난 1일 이스라엘에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다. 미국은 다시금 ‘철통 방위’를 약속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전쟁 내내 네타냐후 총리에게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일시적으로 무기 선적을 보류하는 ‘초강수’까지 뒀지만 소용없었다. 바이든 정부의 중동 정책이 실패했으며 미국이 중동에서 사실상 통제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스라엘이 또 바이든 정부를 무시하고 이란과 전면전을 택한다면 현재 미 대선의 박빙 구도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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