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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가자전쟁 1년…한국도 세계도 "이스라엘, 학살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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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이스라엘, 아랑곳없이 레바논 병원 폭격의료인 50명 사망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1년을 맞으면서 가자지구 사망자 수가 4만1825명(지난 5일 가자지구 보건부 집계)에 달하는 등 인명피해가 커지자,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전쟁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시위가 일어났다. 이들은 특히 이스라엘의 학살 중단과,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무기 공급 중단을 요구했다.

지난 5일 서울 보신각 앞 광장에서는 국내 215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이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집단학살 즉각 중단하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군사점령 중단하라", "이스라엘은 중동 확전 즉각 중단하라", "Stop Arming Israel(이스라엘 무장지원 중단)" 등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본격화한 지 1년이 흘렀다"며 "지난 1년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절멸 수용소'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1년 동안 우리는 미국산 무기에 아기들의 몸이 산산이 조각나는 것을 보았다. 백기를 든 민간인이 즉결 처형당하는 것을 보았다. 점령군의 대피 명령에 따른 피난민의 행렬이 폭격당하는 것을 보았다. 병원에서,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에서, 점령군이 지정한 '안전 구역' 막사에서, 피난민들이 산 채로 불태워지고, 환자 곁을 지키던 의료진이, 진상을 알리던 기자가, 구호품을 전달하던 유엔 직원이 몰살당하는 것을 보았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특히 "미국과 유럽 강대국들은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전례 없는 수준으로 공모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에 지원하는 무기의 규모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며 전쟁범죄를 저지르는 이스라엘을 옹호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 1년간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막는 데 실패했고, 지속적인 중동 지역으로의 확전 시도도 막지 못했다"며 "지난달 23일부터 헤즈볼라를 핑계로 레바논 남부와 동부를 폭격한 이스라엘은 9월29일 전후로 단 24시간 동안 가자·레바논·예멘·시리아를 폭격하고 9월30일 레바논을 전면 침공했다. 그리고 이제는 이란과 전쟁을 벌이겠다며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을 "시온주의 식민제국"으로 규정하며 "우리는 더 강력한 연대로 팔레스타인 해방을 앞당길 것이다. 한국 정부가 이스라엘에 포괄적 무기 금수 조치를 취하도록 전방위적으로 압박할 것이며, 한국 기업의 굴착기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기업에 책임을 물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식민 지배를 ‘정상화’하려 드는 모든 '워싱(-washing. 언어 세탁)'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6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 주변에서도 재한 팔레스타인인과 시민단체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가자학살 1년 10.6 국제 공동행동의 날' 집회를 열고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5일(현지시간) 영국에서는 약 4만 명의 시위대가 런던 중심부를 행진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시위대는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에서, 레바논과 예멘에서, 이란에서 잔혹행위를 계속하고 있다"며 "영국 정부는 '립서비스'만 하면서 이스라엘에 무기를 계속 공급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6000명의 시위대가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레바논에 자유를" 등 구호를 외치며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었다. 프랑스 파리에서도 수천 명이 레퓌블리크 광장에 모여 팔레스타인·레바논에 대한 연대 의사를 밝혔다.

독일에서도 베를린에서 팔레스타인 국기를 든 약 1000명의 시위대가 "대량학살 1년"이라고 이스라엘을 규탄했고, 함부르크에서도 950여 명이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국기를 흔들며 "대량학살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도 휴전 촉구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이날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서방 국가 정상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무기 공급 중단을 공개 촉구했다. 5일 <AFP> 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최우선은 우리가 정치적 해법으로 돌아가는 것, 가자지구에서 싸울 무기 공급을 중단하는 것"이라며 "프랑스는 아무 것(무기)도 공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이스라엘에 3000만 유로(약 440억 원) 규모의 군 장비를 수출했지만 이는 모두 '방어용 장비'라는 게 프랑스 정부 입장이다. 지난달 영국도 이스라엘에 대한 일부 무기 수출을 중단하며 '인도주의법을 위반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를 들기도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가자전쟁 1주년 메시지에서, 전쟁 발발 책임을 하마스에 돌리며 이스라엘인 인질 석방을 요구하면서도 "전쟁은 가자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명을 파괴했으며 이제는 레바논에도 심각한 고통을 주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기는 했다.

프레시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지 1년이 된 6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가자지구 학살 1년, 10.6 국제 행동의 날'에 참가한 참석자들이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에서의 이스라엘의 학살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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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웨이' 이스라엘, 이란에 보복 천명…레바논 사상자 1만명 육박

세계 시민사회와 일부 국가·국제기구 수장의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과 그 주변국 간의 전쟁은 악화일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미 CNN방송에 따르면, 최근 3주간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인한 사상자는 9000명 안팎이었다. 사망자는 어린이 127명을 포함해 1400명을 넘었다. 특히 지난달 23일 하루에만 어린이 50명과 여성 94명을 비롯해 최소 558명이 숨졌다. 이스라엘은 공습과 지상작전을 계속하고 있어, 사상자는 조만간 1만 명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사흘간 이스라엘의 병원 등 공습으로 50명의 의료진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지난 4일 밤에는 레바논의 이스라엘 접경도시 빈트즈베일의 살라간두르 병원 옆 모스크 내 헤즈볼라 지휘소를 타격했다고 주장했지만, 병원 측은 폭격 대상이 된 것은 병원이었으며 이로 인해 의료진 9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지난 3일에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한 병원이 공습을 받아 의료진 최소 9명이 숨졌다.

이스라엘 측은 공격 대상 건물에 있는 주민들에게 대피를 촉구하는 전화를 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앰네스티 등 국제 인권단체는 이런 '경고'로 인해 민간인 피해를 억제해야 할 인도적 책임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레바논 보건부는 전체 인구의 5분의 1인 100만명 이상이 피난을 떠난 것으로 추정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일 이란이 '하마스·헤즈볼라 지도자 암살에 대한 복수'라며 탄도미사일 200발을 쏜 데 대한 보복 방침도 천명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5일 영어로 진행한 영상 연설에서 "이란은 우리 영토와 도시에 수백 발의 미사일을 두 번씩이나 발사했다"며 "세계 어느 나라도 자국 도시와 국민에 대한 이런 공격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방어하고 이런 공격에 대응할 의무와 권리가 있으며,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대(對)이스라엘 공격무기 공급 중단을 주장한 데 대해 "부끄러운 일", "불명예스러운 일"이라며 "이스라엘은 문명의 적들에 맞서 7개 전선에서 스스로를 방어하고 있다. 이란이 이끄는 야만세력과 싸우는 동안 모든 문명국가는 이스라엘 편에 굳건히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의 말과는 달리, 가자전쟁 1년을 맞아 서울·뉴욕·런던·파리·베를린·로마 등 '모든 문명국가'에서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비판하는 여론이 일고 있는 데 대해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CNN 방송은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보복공격을 감행할 때 이란의 핵시설도 타격 대상으로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익명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행동 내용을 파악하려 시도했으나 이스라엘이 '핵시설은 타격대상이 아니다'라는 확인을 해주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에서도 염전(厭戰) 분위기가 관측됐다. 6일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 국민 약 4명 중 1명(23%)이 '계속되는 전쟁에 이스라엘을 떠나는 것을 고려해봤다'고 응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신문은 특히 야당에 투표했던 유권자(36%)들이 네타냐후 연정을 지지한 이들(14%)에 비해 이같은 성향을 더 보였다고 전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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