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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미국도 까맣게 몰랐다…헤즈볼라 넘어간 모사드의 '삐삐 폭발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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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이스라엘·미국·헤즈볼라 소식통 인용 보도…
"모사드, 2022년부터 삐삐 폭발 계획 준비",
"이스라엘 내각도 지난달 12일에 보고받아",
"네타냐후 '이란 보복' 참여 우려 처음엔 반대"

머니투데이

9월17일(현지시간) 레바논에서 폭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선호출기. /사진=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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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Mossad)가 지난달 레바논에서 발생한 헤즈볼라(레바논 무장 정파)의 통신수단 '무선호출기'(삐삐) 폭발 작전을 가자지구 전쟁 발발 1년 전부터 구상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삐삐와 무전기 폭발로 헤즈볼라의 통신망을 마비시키고, 이런 혼란을 이용해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 강도를 높여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제거에 성공했다.

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과 아랍권 그리고 미국의 안보 당국자와 정치인, 외교관, 레바논 관리, 헤즈볼라 관계자 등과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헤즈볼라 삐삐' 폭발 사건이 모사드의 치밀한 작전 결과였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모사드는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 1년 전인 2022년부터 이번 작전을 구상했다고 한다.

익명을 요청한 소식통에 따르면 친이란 세력 중 가장 강력한 헤즈볼라의 내부에 침투하고자 수년간 노력해 온 모사드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도청, 해킹, 추적 등을 우려한 것을 이용해 이번 작전을 구상했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통신 수단을 찾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모사드는 대만 통신기기 브랜드인 아폴로를 앞세워 헤즈볼라에 접근할 계획을 세웠다.

헤즈볼라는 2023년 아폴로의 전 중동마케팅 담당자로 알려진 한 여성으로부터 'AR924' 기종 삐삐 대량 구매 제안을 받았다. WP는 아폴로의 삐삐가 전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잘 알려진 제품이자 이스라엘이나 유대인의 이익과 관련이 없는 대만 브랜드로 헤즈볼라의 의심과 경계를 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헤즈볼라에 삐삐 구매 제안을 한 여성은 아폴로 삐삐를 판매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보유한 회사를 운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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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8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서 헤즈볼라 대원들이 무선호출기 폭발로 숨진 4명의 시신이 든 관 중 하나를 옮기고 있다. 17일 레바논 전역에서 호출기 수천 대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12명이 숨지고 2800여 명이 다쳤으며 18일에는 헤즈볼라가 사용하던 무전기가 레바논 곳곳에서 폭발해 최소 3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쳤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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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측은 이 여성의 주문에 따라 문제의 삐삐 생산을 외부 업체에 맡겼고, 삐삐 조립은 모사드의 철저한 감독 아래 이스라엘에서 이뤄졌다고 WP는 전했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헤즈볼라에 삐삐 구매를 제한한 마케팅 담당자도 삐삐가 이스라엘에서 조립됐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모사드의 작전이 상당히 비밀리에 이뤄졌다는 점을 시사했다. 또 문제의 삐삐가 소량의 강력한 폭발물과 배터리 팩이 탑재됐지만, 삐삐를 분해에도 폭발물을 탐지할 수 없도록 정교하게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보도에 따르면 모사드는 2022년부터 구상한 이 작전을 지난달 12일 이스라엘 정부에 제안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내각이 이를 승인해 작전이 수행됐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이스라엘의 고위 당국자들도 9월12일까지 이 작전을 알지 못했다"며 "네타냐후 총리가 헤즈볼라에 대한 잠재적 조치를 논의하고자 정보 고문을 소집한 날 작전 승인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이 작전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네타냐후 총리를 포함한 대다수 관리는 '삐삐 폭탄'이 헤즈볼라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동시에 생존한 헤즈볼라 지도자들의 미사일 공격을 포함한 대규모 보복을 유발할 수 있고, 이란도 보복에 동참할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모사드를 중심으로 "더 강력한 무언가로 (헤즈볼라의) 현 상황을 혼란에 빠뜨릴 기회"라는 의견이 나왔고, 결과적으로 작전이 승인됐다고 WP는 전했다. 이와 관련 미국 관리들은 "미국은 모사드의 '삐삐 폭발 작전' 관련 정보나 이를 둘러싼 이스라엘 내부 논쟁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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