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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내년엔 더 오를 '필리핀 이모님' 월급…엇갈리는 서울시·고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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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홍콩은 월 100만원인데…도움될 지 의문"

김문수 "100만원 이하 안돼…지금보다 문제 몇 배"

내년 인원 1200명까지 늘어…최저임금도 1만30원

가사사용인 방안도…"선발 검증하는 기능 필요해"

뉴시스

[인천공항=뉴시스] 공항사진기자단 =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인 가사관리사들이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2024.08.06.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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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지난달 3일 첫 출근을 시작으로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의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한 달 차로 접어든 가운데, 사업 운영 주체들 사이에서 이들의 임금 관련 입장 차가 분명해지고 있다.

월 200만원을 상회하는 이용비용이 부담이 된다며 더 낮추자는 서울시와 더 낮은 임금은 곤란하다는 고용부의 입장이 충돌한다.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숫자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이들이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적용된 임금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몰린다.

6일 고용부에 따르면 고용허가제(E-9) 비자로 입국해 각 가정에서 근무 중인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시급은 1만3700원이다. 최저임금과 4대 보험료가 포함된 금액이다.

이용 서비스는 1일 4시간, 6시간, 8시간으로 분류되며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를 가정하면 월 238만원 꼴이다. 하루 4시간 기준으로는 월 119만원이다.

이에 돌봄비용을 낮춰 저출생을 극복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멀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신청가구 중 40%가 '강남 4구'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주 40시간' 업무가 보장되고 있지 않아 일각에서는 가사관리사들의 생활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들은 숙소비, 교통비 등 각종 생활비를 자비로 부담한다.

이 같은 비용 논란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경우 월 100만원 정도로 필리핀 가사노동자나 양육 도우미 같은 분들을 쓸 수 있는데 우리는 외국인에게도 최저임금이 적용되도록 법이 돼 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200만원 정도를 드려야 한다"고 했다. 또 "그분들(가사관리사)을 쓰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충분한 도움이 될 지 조금 의문"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올해 초 법무부에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임금을 최저임금 이하로 책정하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건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간병, 돌봄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 등을 '가사사용인'의 형태로 고용하는 것이다.

가사사용인은 각 가정에서 1대1 사적 고용의 형태로 근무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도 적용되지 않는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도 지난 6월 가사사용인 제도를 도입할 것을 예고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에서 "현재 내국인 가사도우미와 간병인들의 임금수준은 부부들이 감당하기에 부담이 크다"며 "국내 거주 중인 16만3000명의 외국인 유학생들과 3만9000명의 결혼이민자 가족분들이 가사와 육아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나경원, 추경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등 여당은 최근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구분적용 관련 토론회를 열고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대한 차등적용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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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2024.09.30. (사진=고용노동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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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고용부는 더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의 입장과 관련해 "대한민국과 싱가포르는 전혀 다른 나라"라며 반박했다.

그는 "100만원 이하로 낮추는 것은 쉽지 않다"며 "고용부가 검토한 결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짚었다.

가사사용인 고용 방안과 관련해선 "월 238만원을 줘도 임금이 적다, 체불이다 말이 많은데 100만원을 준다고 하면 지금보다 몇 배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고용부는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제기준(국제노동기구 ILO 111호 협약)과 근로기준법 등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 9860원에서 내년 1만30원까지 1.7% 오르고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수도 1200명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고돼 임금 문제는 꾸준히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입장의 간극을 줄이지 않으면 비용 논란이 재점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소비자 선택권의 다양화라는 점에서 사적 고용(가사사용인)도 고려 가능하다고 본다"면서도 "선발 검증과 고용관리를 위한 별도의 정부 기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가사사용인의 경우 최저임금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통해 임금을 낮출 수는 없다"고 전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저희로선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사사용인 방안과 관련해선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진 않지만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될 부분들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저고위)에서 추진을 한다고 했기 때문에 저희가 거기에 반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nnovati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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