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청탁 사기에 불법 여론조사 전력…명태균, 누구인가

명태균, 과거 인맥 과시하며 승진 청탁 3천만원 수수

'사기'로 징역형 집행유예…法 "그럴 의사·능력 없어"

불법 여론조사·선거운동으로 두 차례 벌금형도…선거사범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과 명태균씨 간 금전 거래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 관계자들이 30일 경남 창원시 명씨 자택을 압수수색한 뒤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과거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만났던 사이라는 구체적인 증언 및 증거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명씨가 사기 등 전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명씨의 과거 범죄 이력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정치권 명망가와의 친분을 미끼로 사기 행각을 벌였거나 선거 시즌이 되면 정계에 나타나 불법적인 조사를 실시하는 방식 등이다.

명태균, '인맥' 과시하며 청탁 대가로 3천만원…法 "사기"

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명씨는 지난 2019년 7월 10일 사기 및 변호사법 위반(청탁명목 금품 수수) 등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법원은 명씨에게 3225만원을 추징 명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명씨는 2016년 4~5월쯤부터 지인을 통해 알고 지내던 창원시 소속 6급 공무원 A씨가 이듬해 상반기 공무원 심사를 통해 5급으로 승진하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알고 관련 공무원 등에게 로비를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명씨는 A씨와 만나 함께 골프를 치거나 식사를 하면서 본인이 당시 창원시장의 친구나 비서실 공무원 등과 친분이 있는 것처럼 과시했다. 이 과정에서 명씨는 A씨에게 시청 어느 부서에서 근무하며 직급은 어떤지, 근무 성적은 어떤지 등을 수시로 물어보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16년 11월쯤에는 A씨에게 전화해 "승진 부탁을 누구에게 하려고 하면 인사 명목이 있어야 되지 않겠나"라고 언급했고, 한 주차장에 주차돼 있는 승용차 안에서 승진 청탁 로비 명목으로 현금 3천만원을 전달받았다. 이후엔 같은 명목으로 225만원 상당의 여성용 골프용품 세트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명씨는 창원시장의 친구나 비서실 공무원 등에게 승진 로비를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 재판부는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더라도 승진 청탁을 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며 "피해자를 기망해 재물을 편취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잘못을 뉘우치며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피해금 대부분이 피해자에게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불법 여론조사·선거운동…두 차례 벌금형도

명씨는 또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두 차례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2018년 6월 13일 실시됐던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명씨는 2018년 2월 21일부터 이틀간 창원시장 후보가 되고자 하는 B씨에 관한 불법 여론조사를 돌린 혐의로 벌금형 6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선거 여론조사 자격이 없는 상태에서 선거와 관련된 여론조사를 실시한 혐의였다.

당시 명씨는 "정기적으로 해 오던대로 지역 정책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일 뿐,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를 한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대법원까지 올라갔고, 2020년 2월 7일 1심 선고대로 형이 확정됐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이는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까지는 선거권이 없고, 선거권이 없는 사람은 선거운동이나 당내 경선운동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하지만 명씨는 형이 확정되고 바로 다음 날인 2020년 2월 8일 당내 선거운동을 진행했다. 당시 21대 총선 경남 창원 지역에서 예비 후보로 등록한 김영선 전 의원을 돕기 위해 온라인 등에 선거운동용 게시물을 올리는 등 약 한 달간 114회에 걸쳐 김 전 의원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의 글·사진·동영상 등을 게시했다. 결국 추가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동종 전과가 있음에도 재차 범행을 저지른 점에 비추어 피고인을 엄히 처벌할 필요성도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범행을 시인하고, 종전 공직선거법 위반 처벌 전력으로 선거운동이 제한된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명태균, 대선 전부터 尹부부와 친분…"아크로비스타에 배석"

(왼쪽부터)김영선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 김건희 여사, 명태균씨. 연합뉴스·명태균 페이스북 캡처

공직선거법 위반 등 명씨의 혐의가 마지막으로 확정된 시점은 2020년 7월 9일이다. 이후에도 명씨는 정치 관련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명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부터 그의 집과 김건희 여사 사무실 등을 오갔고, 2021년 7월 25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당시 이준석 대표와의 이른바 '치맥(치킨·맥주) 회동'도 본인이 기획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명씨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제작진과의 통화에서 "건대 앞에서 만난 거는 누가 그렇게 짰겠나. 치맥 첫 공식 행보라고 한 거"라며 "그걸 하게 한 게 나다. 거기 나오는 사람이 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번 다 똑같은 분이 배석하셨다. 윤핵관보다 더 친하신 분이, 그게 저"라며 "한 번은 아크로비스타 집에, 한 번은 코바나컨텐츠"라고 덧붙였다.

최근엔 명씨와 김건희 여사가 직접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도 공개됐다. JTBC 보도에 따르면, 명씨가 먼저 "경선 룰은 당원 50%, 시민 50%인데 김영선 의원이 이길 방법이 없다", "5선 의원이 경선에서 떨어지면 조롱거리가 된다", "그동안 도리에 어긋난 일은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아시지 않느냐", "지난 대선 때 몸이 부서져라 대통령을 도왔다" 는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김 여사는 "단수(공천)는 나 역시 좋다"면서도 "기본 전략은 경선이 돼야 하고 지금은 김영선 의원이 약체 후보들을 설득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명씨는 김 여사와 문자를 주고받은 뒤 몇 차례 통화도 했지만, 여사가 도와주고 싶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다만 대통령실은 대통령 부부와 명씨와의 관계나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여부 등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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