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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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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샌드라 로 GBBC CEO “블록체인 활용, 금융에서 시작해 신원증명·물류로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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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샌드라 로 글로벌블록체인비즈니스협의회(GBBC) CEO가 지난달 6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로 CEO가 수장으로 있는 GBBC는 전 세계 500여개 기관이 모인 블록체인 싱크탱크 조직이다. /전기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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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블록체인 기술의 대중화 사례가 나올 산업군은 금융입니다. 이미 블록체인은 화폐의 고정관념을 뒤흔들고 있어요. 이제까지 정부가 발행한 화폐만 공인받았지만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법정화폐와 가치가 연동되는 가상자산)의 등장과 함께 디지털 화폐 개념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민간에서 먼저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자 누가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고, 보관하며, 통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이 일어나는 중이죠. 결국 금융권부터 신기술의 충격을 받은 셈입니다.”


샌드라 로(Sandra Ro·50) 글로벌블록체인비즈니스협의회(GBBC)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6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가상자산의 등장은 블록체인 대중화의 첫 단계일 뿐이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로 CEO가 이끄는 GBBC는 2017년 설립된 글로벌 블록체인 비영리 기구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현재 500여개 기관 회원이 이 협의회에 속해 있다. 리플·체이널리시스 등 유명 블록체인 기업부터 JP모건·뱅크오브뉴욕(BNY) 멜론 등 대형 글로벌 금융사까지, GBBC에 참여하는 회원사 면면도 다양하다. GBBC는 블록체인 산업의 기술 및 규제 등에 대한 표준 설립을 연구하고 있다.

로 CEO는 전통 금융권에서 수십년 동안 전문성을 쌓은 인사다. 예일대를 졸업한 그는 모건스탠리와 시카고거래소(CME)그룹을 거치며 20년 가까이 금융사에 몸담았다. 2009년 비트코인이 처음 등장했을 무렵, 그도 처음으로 블록체인 개념을 접했다. 로 CEO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인생의 전환점이었다”며 “이 시점에 비트코인을 알게 되고 블록체인 기술을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그는 2017년 GBBC 설립에 참여하며 본격적으로 블록체인업계에 뛰어들었다.

블록체인 기술의 실용성에 관해 묻자 CEO는 “블록체인은 가상자산에만 쓰이는 기술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금융을 비롯해 디지털 전환 과정에 놓인 산업이라면 어느 분야든 블록체인을 접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그는 “분산된 데이터를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을 때, 진정한 디지털 전환이 이뤄진다”며 “블록체인의 근본적인 잠재력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블록체인을 활용해 디지털 결제나 디지털 신원확인 등을 도입하면 더욱 개선된 조직 간 정보 공유가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금융에서 먼저 블록체인 실사용 사례가 나왔고 다음의 이용 사례는 디지털 신원증명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차세대 디지털 신원증명은 학력·경력·신용정보·소셜미디어(SNS) 프로필 등을 모두 망라할 것”이라며 “블록체인 전자지갑이 이러한 신원증명을 담는 도구가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금융 외 산업군의 블록체인 접목을 설명할 땐, GBBC의 물류 블록체인 인프라 조성 프로젝트를 사례로 들었다. 그는 “GBBC는 블록체인 기술로 국제 상거래 추적 표준을 만들고 있다”며 “페덱스, UPS, 델타항공과 같은 물류 대기업과 함께 블록체인 업체와 협력해 글로벌 공급망에 쓰일 블록체인 인프라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GBBC는 각국 정부가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관련 규제를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싱크탱크 기능도 맡고 있다. 현재 GBBC는 인도네시아와 남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규제 당국과 소통하며 블록체인 규제 수립을 돕고 있다. 뚜렷한 글로벌 표준 규제가 먼저 세워져야 블록체인 대중화의 물꼬도 터질 수 있다는 게 로 CEO의 철학이다.

재빠른 규제 마련으로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주도한 나라 사례를 묻자 로 CEO는 스위스를 언급했다. 그는 “스위스는 8년 전부터 블록체인 관련 규제를 마련해 수많은 블록체인 기업이 스위스에 본사를 두도록 환경을 마련했다”며 “스위스의 주크는 인구 4만명의 소도시지만 ‘크립토밸리’라 불릴 정도로 수많은 가상자산 기업의 본거지로 거듭났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일본은 최근 2년 동안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일본 경제산업성과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블록체인 프로젝트 투자가 이뤄지는 만큼 내년을 기점으로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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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라 로 글로벌블록체인비즈니스협의회(GBBC) CEO가 지난달 6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로 CEO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와 일본 경제산업성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전기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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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CEO는 미국과 일본의 경제 정책 당국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하위 기구인 디지털자산시장위원회(DAMS)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 자문위원들은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 및 분류 체계를 확립하는 작업을 진행했는데 이들이 수립한 정의는 CFTC가 규정하는 공식 가상자산 개념으로 채택됐다.

로 CEO와 자문위원들은 최근 3435개 블록체인 개발사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이를 정리한 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해당 보고서는 10월 공개를 앞두고 있으며 현재 CFTC의 검토를 받고 있다. 로 CEO는 “글로벌 블록체인 생태계 전체의 자금세탁방지 및 신원증명 수준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라며 “블록체인 전체 생태계를 아우르는 연구는 이번이 세계 최초다”라고 말했다.

로 CEO는 한국 금융 당국에 블록체인의 혁신성을 전파하는 데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난달 5일엔 한국을 방문해 김성진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장과 만나기도 했다. 로 CEO는 “한국 금융위 면담에서 미국과 일본 등 다른 국가의 규제 동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며 “한국 금융위가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관심을 보여 GBBC에서 미국과 유럽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연구 자료를 추가로 제공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적절한 규제 환경만 갖춰지면 한국은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이유로 GBBC는 한국 현지 시장 연구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한국 상주 인력을 차차 늘릴 계획이다”라며 “한국 업계와 파트너십을 맺어 한국 시장 이해도를 높이고 글로벌 업계의 관점을 한국 시장에 전파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샌드라 로 GBBC CEO는

▲예일대 군사역사학 학사 ▲런던 비즈니스 스쿨 재무회계 석사 ▲모건스탠리 M&A 외환 파생상품 자문 및 글로벌 자본시장 부문 부사장 ▲시카고거래소그룹 디지털 전환 부서 총괄임원 ▲일본 경제산업성 블록체인분야 자문위원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 디지털자산시장 소위원회 자문위원

김태호 기자(t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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