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학 책 150권 망라
레오나르도 다빈치 해부도 등
희귀 도판 240여컷 수록
레오나르도 다빈치 해부도 등
희귀 도판 240여컷 수록
[사진 = 픽사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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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CT, X-Ray 등 의료 영상 등장으로 수천 년의 해부학 역사는 사실상 끝이 났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해부학이 궁금하다. 고대부터 19세까지 수천년 동안 이어진 인체를 향한 호기심을 다룬 책 ‘해부학자의 세계’가 번역 출간됐다.
저자 콜린 솔터는 다재다능한 대중 교양서 전문 영국인 작가로 과학, 자연사, 역사 전기, 대중음악 등 각각의 분야가 현재 이 자리에 어떻게 도달했는지 그 역사를 파고든다. ‘해부학자의 세계’도 5000년 동안 해부학자의 서재의 채워온 150권의 책을 시간 순서대로 다룬다. 그 책들을 한 데 모으면 지금까지 해부학 지식이 발전한 사회과학적 역사가 한눈에 보인다.
해부학은 여느 분야처럼 과거에 형성된 근거 없는 믿음이 참으로 오랫동안 지속됐다. 과거의 주장을 뒤집는 데에는 그만큼 확신과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헤로필로스, 갈레노스, 알라지, 이븐시나 같은 초기 해부학자들은 정맥은 간에서 만든 피를 운반하고, 동맥에서는 프네우마라는 신비한 에너지가 돌아다닌다고 믿었다. 우리가 숨을 쉴 때 공기와 함께 프네우마가 체내에 들어와 생명의 불을 지핀다고 믿었다.
그들은 세상이 공기, 흙, 불, 물로 만들어졌듯이 인간의 몸도 흑담즙, 황담즙, 혈액, 점액 소위 네 가지 체약으로 구성돼 있다고 생각했다. 이 체액론의 대표적인 주창자가 갈레노스였고, 그의 영향력은 수백년 동안 이어진다.
특히 자궁에 대한 잘못된 믿음은 오래 갔다. 해부학자들은 심장과 뇌 다음으로 생식기에 많은 관심을 가졌음에도 오류는 반복됐다. 중세 초기까지 자궁에 7개의 방이 있고 그 안에서 태아가 발달한다고 믿었다. 오른쪽 3개는 남자아기, 왼쪽 3개는 여자 아기용이며 가운데 있는 방은 자웅동체가 잉태될 경우를 대비해 남겨둔 것이다.
그렇지만 해부학은 의미 있는 개선을 이어간다. 해부학이 종교의 입김에서 해방되며 순수하게 지식을 좇아 인체를 탐구할 기회를 얻는다. 근대 해부학은 16세기에 탄생했는데 초기에 진리를 향한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갈증에 덩달아 휩쓸렸다. 인체에 외과의사 말고도 조각가와 화가가 관심을 갖는다.
르네상스 최고의 예술가로 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인간의 몸을 직접 해부하며 해부도 750여 점을 그렸다. 다빈치는 뇌에는 전통적인 해부 지식과 달리 그 안에 체액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연구와 관찰의 결과를 책으로 쓰지 않아 해부학은 오해를 바로 잡는 데 수백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예술과 해부학은 공생 관계였다. 해부학 책에서 삽화는 텍스트만큼이나 훌륭하게 정보를 전달했다. 이 책도 240여 컷의 삽화들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점점 정교해지는 삽화들만 훑어보아도 저자의 의도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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