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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尹·韓 분란도 멈춰 세웠다…여권서 회자되는 '장기표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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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달 22일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 빈소에 윤석열 대통령의 조화가 자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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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더 살기 어려운 나라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엄습해 온다. 이를 극복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정치는 ‘무지의 광란’이라 불러 마땅할 팬덤 정치가 횡행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별세한 재야 시민운동가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이 지난 7월 자신의 SNS에 담낭암 말기 판정 소식을 밝히며 쓴 글이다. 그는 죽음의 그림자 앞에서도 “물극즉반(物極則反·극에 다다르면 원위치로 돌아온다)의 세상 이치처럼 이를 극복할 대반전이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장 원장이 눈을 감은 지 2주가 됐지만, 여권에서는 ‘장기표 정신’이 회자하고 있다. 이는 최근 뒤숭숭한 여권의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장 원장의 죽음 앞에 서로 대립각을 세우던 친윤(親尹), 친한(親韓), 비한(非韓)도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냈다”며 “순간의 애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 원장이 남긴 일갈에 대해 정치권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원장의 별세 뒤 최근 갈등 양상인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냈다. 윤 대통령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노동 운동과 민주화 운동으로 우리 시대를 지킨 진정한 귀감”이라고 애도했다. 한 대표도 과거 서울대 강의실에서 장 원장을 만난 추억을 회고했다. 한 대표는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1990년대 초 대학생 때 지각해서 맨 뒷자리에 앉았는데 바로 옆자리에 지금 제 나이 정도 돼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장기표 선생이었다”며 “‘졸업하러 왔다’라고 했다. 장 선생이 20여 년만 우여곡절 끝에 복학했던 것”이라고 적었다. 1969년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한 장 원장은 민주화 운동으로 수배·수감 생활을 반복하면서 29년 뒤인 1995년에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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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 빈소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조화가 설치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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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는 이어 장 원장이 최근 주장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면책특권 폐지’를 언급하며 “4월 총선을 지휘하면서 똑같은 내용의 정치 개혁을 주장한 저는 장 선생의 말씀에 ‘이게 옳은 길이구나’하는 안도와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썼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장 원장을 “민주화와 개혁의 큰 별”로 칭하며 “고인의 헌신과 열정은 우리 모두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것”이라고 했다. 박수영 의원은 장 원장이 민주화 운동 보상금 수령을 거절한 일화를 언급하며 “당시 (보상금) 10억원이면 큰돈이라 편하게 사셨을 텐데 돈보다 명예, 물질보다 정신을 강조하고 실천했던 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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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9월 12일 당시 장기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국회 소통관에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성남시장 재직 중 추진한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한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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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고인에 대해 이렇다 할 애도와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발인 하루 전인 지난달 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화를 보낸 것이 전부다. 정치권에서는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존재였던 장 원장이 최근 이 대표와 야권을 강하게 비판한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장 원장은 2021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거론하며 이 대표를 “대통령이 돼선 안 될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장 원장에게 애도를 표했다. 그는 “전태일 열사의 ‘대학생 친구’였고, 반독재민주화운동의 선봉에 섰던 투사였으며, 내가 대학생 시절 김근태 선생과 함께 마음속 깊이 존경했던 대선배였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왜 전격적인 정치적 우향우(右向右)를 했는지 상세히 알지 못하지만, 영원한 안식을 빌 뿐”이라고 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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