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4일(현지시간) 허리케인 헐리로 인해 침수된 트랙터와 트럭들이 뒤엉켜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산골마을인 스프루스파인의 초고순도 석영 광산이 헐리에 따른 침수로 가동이 중단되면서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AFP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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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덮친 허리케인 헐린(Helene)이 전 세계 반도체 생산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도체 생산에 꼭 필요한 초고순도 석영을 생산하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석영 광산이 홍수로 침수됐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2005년 카트리나 이후 미 본토를 덮친 가장 치명적인 허리케인 헐린이 노스캐롤라이나주 산악 마을인 스프루스파인을 덮쳤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헐린은 미 본토에 상륙해 지금까지 최소 223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스프루스파인 석영 광산은 전 세계 초고순도 석영 생산의 최대 90%를 책임지는 곳이다.
이 석영은 반도체 생산 핵심 소재인 고급 실리콘을 생산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재료다.
스프루스파인 석영 광산 침수가 조만간 해결되지 못해 장기화하면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게 되고 이렇게 되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그랬던 것처럼 스마트폰부터 가전제품, 컴퓨터, 자동차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제품 생산이 차질을 빚는다. 심지어 태양광 패널 생산도 타격을 받는다.
특히 반도체는 인공지능(AI) 붐 속에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이어서 세계 경제에 미칠 타격이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
2018년 모래(실리콘)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역할을 다룬 ‘티끌 속의 세상(The World in a Grain)’이라는 책을 저술한 빈스 바이저는 “전 세계 다른 곳에도 순도 높은 석영이 있기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스프루스파인에서 생산하는 정도의 순도와 규모, 접근성을 갖춘 곳은 없다”고 말했다.
바이저는 러시아, 브라질, 인도, 그리고 중국에서 소규모로 이 석영을 대체할 물질들이 산재하기는 하지만 이 노스캐롤라이나의 인구 2000명 안팎 작은 산골 마을이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조금 정신 나간 일"이라면서도 스프루스파인의 초고순도 석영을 대체할 대체재는 사실상 없다고 단언했다.
스프루스파인에서 최대 석영 광산을 운영하고 있는 벨기에 채굴그룹 시벨코는 이 지역이 특히 심각하게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시벨코는 허리케인 헐린이 몰려오기 시작하자 지난달 26일부터 스프루스파인 석영 광산 가동을 중단했다. 시벨코는 “허리케인이 광범위한 침수, 단전, 통신 장애를 초래했고, 이 지역 핵심 인프라에도 타격을 줬다”고 말했다.
다만 시벨코는 4일 복구 작업이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면서 “초기 평가로는 스프루스파인 지역 설비가 지속적이지만 경미한 손상만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시벨코는 자세한 피해 현황은 계속 파악 중이라고 덧붙였다.
스프루스파인의 또 다른 석영 광산 업체 쿼츠코퍼레이션은 석영 채굴 재개가 언제 시작될지는 예측하기 이르다면서도 초고순도 석영 고객사들이 공급 차질을 겪지 않도록 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사가 있는 쿼츠코퍼레이션은 스프루스파인 지역은 “전 세계에서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실리콘 주괴 제작에 필요한 순도 높은 석영을 채굴하는 유일한 광산이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초고순도 석영은 순도가 최소한 99.999%가 돼야 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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