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서 귀국한 교민들 “안심, 감사”
“지금의 레바논 일상적 상황 아니다”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지상작전이 진행 중인 레바논에서 체류하던 국민들이 5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한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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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국방부 공동취재단(서울공항)·신대원 기자] “포격으로 집이 흔들리기도 하고 잠도 잘 못 잤는데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군사충돌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레바논에서 우리 정부가 파견한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에 몸을 싣고 5일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한 우리 국민들은 정부와 군에 대한 고마움부터 표시했다.
김서경(39·여) 씨는 “밤마다 폭탄이 떨어지는 레바논에서 한국으로 무사히 도착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정부에서 수송기를 보내준 것에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씨의 여섯 살, 네 살 난 두 자녀는 KC-330에서 내릴 때 A4 용지에 ‘군인님들 감사합니다’라는 편지와 그림을 들어 보였다.
정양희(70·여) 씨는 “밤마다 폭탄이 떨어지는 곳에서 이렇게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무사히 올 수 있어 너무나 감사하다”면서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자랑스럽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KC-330편으로 레바논에 체류중이던 우리 국민 96명과 레바논 국적의 가족 1명 등 97명이 한국에 도착했다.
이들이 전한 현지 상황은 예사롭지 않았다.
레바논 자흘레 지역에서 4년 간 머물며 시리아 난민을 돕는 활동을 펼치던 이국희(31) 씨는 “사실 레바논은 늘 위험하다보니 이를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대처했다”면서 “하지만 지금 상황은 일상적인 상황이 아니다”고 전했다.
이 씨는 “갑작스럽게 일들이 촉발되면서 오도가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최근 집 인근에 미사일이 계속 떨어지고 해서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는데 아무래도 땅이 흔들리고 소리도 굉장히 크다보니 위험이 현실적으로 인식됐다”고 말했다.
이 씨 역시 “군용기가 온다는 소식을 들었고, 대사관에서 많이 도와줬다”면서 “공항에서 군용기를 처음 봤을 때 조국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60대 남성은 “레바논 현지는 밤낮 가리지 않고 폭탄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스라엘의 행보가 지금 심상치 않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지상작전이 진행 중인 레바논에 체류하던 우리 국민들이 5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한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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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열린 긴급 경제·안보회의에서 중동정세 악화로 우리 국민의 민간항공편을 이용한 출국이 어렵게 되자 안전한 철수를 위한 군 자산 즉각 투입을 지시했다.
이후 외교부와 국방부는 군 수송기와 신속대응팀을 레바논에 파견해 귀국 지원에 나섰다.
KC-330은 3일 한국을 출발해 현지시간으로 4일 오전 레바논 베이루트에 도착했고, 같은 날 오후 베이루트를 출발해 이날 오전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으로 진입한 데 이어 서울공항에 착륙했다.
군 당국은 KC-330과 함께 C-130J 슈퍼 허큘리스도 동시에 투입했다.
대규모 인원을 신속하고 장거리 수송하기 위해서는 KC-330이 유리하지만 현지 공항 사용 불능 등 돌발상황에 대비해 짧은 활주로에서도 이착륙과 전술기동이 가능한 C-130J를 동시에 전개한 것이다.
시그너스 조종사 박성태 공군 소령은 “재외국민 보호라는 국가의 의무를 다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서 뜻 깊게 생각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제평화 유지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회라면 그 어떤 수난에도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도록 태세와 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공항에서는 김선호 국방부 차관과 강인선 외교부 2차관, 이영수 공군참모총장, 그리고 가족과 지인 등이 한국에 도착한 이들을 맞이했다.
서울공항에서 근무하는 공군장병들도 ‘우리 교민들의 안전 귀국을 환영합니다’는 현수막과 함께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교민들이 수송 버스에 몸을 싣고 서울공항을 빠져나간 뒤 남아 있던 장병들을 격려했다.
이 총장은 “국가를 대표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줘 고맙게 생각하고 그동안의 노력과 열정에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며 “준비한 만큼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어떤 임무가 주어지더라도 성공할 수 있는 정신적인 대비태세를 갖춰주기 바란다”면서 “정말 고생했고 여러분들이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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