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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류성희 미술감독 "봉준호 '살인의 추억' 때도 완벽…전생부터 작품 준비한 줄"[B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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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르영화로 만난 류승완, 영화광에 늘 에너지 넘쳐"

"정의내리지 않는 박찬욱, 여전히 즐기며 함께 작업"

이데일리

류성희 미술감독.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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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류성희 미술감독이 자신의 커리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류승완, 봉준호, 박찬욱 감독과의 작업들을 통해 얻은 영감과 배움, 깨달음 등을 털어놨다. 또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이끈 세 감독이 추구하는 미(美)와 각각의 다른 개성들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류성희 감독은 5일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외 취재진을 만나 까멜리아상의 첫 수상자가 된 소감과 함께 작업 철학, 한국 영화계의 현주소 등에 대한 생각들을 털어놨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파트너사인 브랜드 샤넬과 협업해 까멜리아상을 제정했다. 까멜리아상은 여성 영화인들의 발자취를 기리기 위해 만든 상으로, 다양한 영화 작업들을 통해 여성의 지위를 드높인 저명한 영화 제작자 및 업계 종사자들에게 수여한다. 부산의 시화이자 가브리엘 샤넬 여사가 가장 좋아했던 동백꽃의 의미를 담아 이름을 까멜리아상으로 지었다. 류성희 미술감독이 올해 첫 수상자로 선정돼 지난 2일 개막식에서 상을 수여받았다.

류성희 미술감독은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괴물’, ‘피도 눈물도 없이’, ‘박쥐’, ‘고지전’, ‘국제시장’, ‘암살’, ‘헤어질 결심’ 등 다수 작품들의 미술을 책임지며 한국 영화계의 발전을 이끌어왔다. 오늘날 한국 영화의 완성도를 끌어올린 주역들 중 한 명이자, 성별을 뛰어넘어 세계를 무대로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류성희 미술감독의 필모그래피는 특히 류승완, 봉준호, 박찬욱 세 명의 감독과 떼놓을 수 없는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세 감독은 2003년 한국 영화계에 새 물결을 일으키며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와 번영을 이끈 이른바 ‘시네필 키즈’로 불리는 감독들이자, 국내외 두터운 팬덤을 보유한 스타 감독들로 현재까지도 영화 시장을 주도 중이다.

류성희 미술감독은 “일단 내가 운이 좋아서, 세 감독님들이 아니었다면 더 빨리 영화산업에서 튕겨 나갔을지도 모른다”라며 “그분들은 당시에도 영화에 너무나 진지했고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무척 올바른 질문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하는 일은 그들의 영감 가득한 글 안에 어떤 질서를 만들어 그들만의 세계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들은 늘 빛나는 질문을 했다”고 세 감독을 향한 고마움과 존경을 표했다.

류승완, 봉준호, 박찬욱 세 감독의 특징과 그들과 각각 함께하며 배운 점들도 꼽았다.

류 미술감독은 류승완 감독과 ‘피도 눈물도 없이’(2002)를 작업했을 당시를 기억하며 “정말 듣도 보도 못한, 두 여성이 액션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와 제가 몇 년을 손꼽아 기다려 만난, 첫 번째 장르 영화였다”며 “그 당시 저에게 기회를 주셨고 모든 것을 통합해서 한 번 프로덕션 디자인을 해보자 이야기했다. 배우한테 실제 제 옷도 입히고 그랬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류승완 감독님은 일단 정말 영화광이셔서 만들 때도 특유의 에너지와 신남이 계속 넘쳐있으시다. 그래서 그분에게 어떻게 하면 그가 가진 이 영화에 대한 애정과 에너지를 영화에서 잃지 않고 수위와 리듬을 이어갈까 깊은 고민을 했다. 특히 그것들을 장르와 통합하는 과정을 알아가고 배웠다”고 떠올렸다.

봉준호 감독에 대해선 “봉준호 감독은 저와 한 살 차이로 거의 동갑인데 ‘살인의 추억’ 때 이미 전생부터 작품을 준비해온 거처럼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돼 있었다”고 표현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영화의 배경은 실제 당시 일어난 일임에도 ‘화성’이란 곳에서 일어난 그 일을 우리가 잘 모를 수 있지 않나. 한국에 대해서, 특히 한국의 로컬 사회에 대해 그분에게 배웠다. 로컬성에 대한 질문들을 던지며 낯섦, 가장 가깝지만 지구 끝 나라보다 낯선 느낌을 구현하는 과정을 배우고 공유할 수 있었다. 로컬리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올드보이’ ‘박쥐’ ‘아가씨’ ‘헤어질 결심’ 등으로 함께한 박찬욱 감독에 대해서는 “박 감독님은 저처럼 어릴 때부터 가져왔었던 아름다움이란 무엇이고 추함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바탕으로, 그곳에서 춤추는 사람들이 무엇인가에 대한 뚜렷한 정의를 내리려 하시지 않았다”며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오히려 모호하게 관객에게 그 질문을 다시 던지는 그만의 세계관이 너무나 나와 잘 맞았다. 그 과정을 함께 찾아가고 여전히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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