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경위 침묵…경찰 초기 대응 논란
전남 순천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성을 살해한 박대성이 4일 오전 순천경찰서 중앙 현관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침묵하고 있다. 오른쪽은 지난달 26일 범행 13분 뒤 모습으로, 웃고 있는 듯한 표정이다. 뉴스1·YTN 보도화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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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여고생 살해범 박대성(30)이 범행 직전 극단적 선택 의심 신고로 경찰과 5분여 동안 면담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포토라인에선 그는 “죄송하다”면서도 웃는 듯한 표정을 지어 또다시 공분을 샀다.
5일 전남 순천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전 12시15분쯤 박대성의 친형이 “동생의 극단적 선택이 의심된다”며 119에 신고했고 공조 요청을 받은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은 신고 접수 3분 만에 박대성이 운영하는 순천시 조례동의 가게에 도착해 5분여 동안 간단한 조사를 했다.
박대성은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지만, 가게 앞에 앉아 혼자 흡연 중이었고 면담에서도 자신의 상태에 대해 “괜찮다”며 고분고분하게 답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자살 의심 징후로 볼만한 정황을 발견하지 못한 경찰은 별다른 후속 조치 없이 현장 종결 처리한 뒤 이동했다.
하지만 박대성은 경찰이 현장을 떠난 후 5분여 동안 가게 안에 머무르다가 밖으로 나와 인근에서 길을 걷던 피해자 A(18)양을 뒤따라갔고 12시44분쯤 A양을 살해했다. 경찰과 직접 대면한 지 20여분 만에 살인을 저지른 셈이다.
지난달 26일 사건 발생 2시간이 지난 뒤 다른 행인과 시비를 벌인 박대성을 검거하는 경찰 모습. SBS 보도화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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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성은 범행 이후에도 약 2시간여 동안 흉기를 지닌 채 술집과 노래방을 찾아다녔고, 주차 차량을 이유 없이 발로 차다가 이를 목격한 차주와 시비가 붙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검거됐다.
박대성을 검거한 경찰관과 극단적 선택 의심 신고를 받고 대면했던 경찰관은 같은 지구대 같은 경찰관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주차 시비 조사 당시 경찰은 살인사건 발생과 용의자 인상착의에 대한 보고를 접수하고 박대성을 살인사건 용의자로 긴급체포했다.
일각에서는 폭력 전과가 있는 박대성에 대해 보호조치 등 초기에 적극 대응했다면 사건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남경찰청 측은 당시 박대성이 술을 마시긴 했지만 경찰관들과 정상적인 의사소통을 했고 외관상으로도 특이점이 보이질 않아 매뉴얼에 따라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전날 검찰 송치를 위해 호송차에 올라타기 전 경찰서 포토라인에 선 박대성은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 있느냐”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데 할 말 없느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 “죄송합니다”는 말만 2차례 반복했다.
그는 포토라인에서 입꼬리가 올라간 듯한 표정으로 공분을 사기도 했다. 앞서 박대성은 범행 직후 포착된 폐쇄회로(CC)TV와 머그샷에서도 웃는 표정을 하고 있어 논란이 된 바 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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