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아서 꺼려졌다면 이번 기회에
데드 라이징 디럭스 리마스터는 지난 2006년 출시된 데드 라이징의 사실상 리메이크라고 볼 수 있는 타이틀이다. 이미 지난 2016년 경 타 기종으로의 이식 리마스터를 진행한 바 있으며 이번에는 그래픽을 한 차례 더 일신하고 UI와 게임 내 일부 컨텐츠를 변경하는 식으로 고친 부분이 많이 보인다. 플레이어는 좀비 떼가 발생한 콜로라도주의 시골 마을 윌라멧에 특종을 느껴 취재차 찾아온 프리랜서 사진 기자 프랭크 웨스트가 되어 구조가 도착하기까지 72시간 동안 이 지역의 좀비 사태에 얽힌 이야기를 밝혀내거나 쇼핑몰의 생존자들을 구조하며 좀비들을 쓸어버려야 한다.
한편, 본 리뷰는 PS5에서의 플레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PS와 Xbox 실물 패키지는 오는 11월 8일 출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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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시간 제한의 목숨을 건 취재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데드 라이징 디럭스 리마스터의 주인공 프랭크 웨스트는 프리랜서 사진 기자다. 그는 그저 폭동 정도가 일어난 것이라 생각하고 특종을 건지러 콜로라도주 윌라멧에 헬기를 타고 진입한다. 예상보다 '폭동'의 규모가 크고 일반 시민을 가리지 않는 무참한 장면들의 연속이다보니 본래의 취지대로 헬기에서 프랭크를 조작해 사건이 벌어지는 현장을 촬영하는 것이 플레이어가 직접 게임을 조작하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이후 좀비에게 공격받아 방어선을 구성하던 쇼핑몰에 당도한 프랭크는 강아지에 눈이 멀어 방어벽이었던 문을 열어버린 할머니에 의해 아비규환이 되는 현장을 목격하고, 우여곡절 끝에 경비실로 탈출해 유일한 입구를 용접한 뒤 환기구로 드나들며 쇼핑몰의 각 구역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된다. 플레이어는 72시간 뒤 정해진 포인트에 도착해있어야 하는 프랭크의 입장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므로 첫 회차에서는 메인 스토리만 진행하더라도 나름대로 빡빡한 시간 압박을 느낄 수 있다.
게임의 메인 스토리는 72시간 안에 주요 인물들과 엮이면서 제시되는 퀘스트를 제한시간 내에 달성하면 계속 진행할 수 있다. 또, 수시로 무전이 들어와 인근의 특정 구역과 위치에서 어떤 생존자가 있는 것 같다는 정보를 받게 되며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선택적으로 아직 좀비에게 당하지 않은 생존자들을 구할 수 있다. 거기에 좀비 사태가 발생하면서 미쳐버린 이를 포함한 일종의 보스들로 선정된 사이코패스, 그리고 이 때다 싶어 궐기한 사이비 종교 단원들 등 다소 과장된 경우도 있지만 좀비 사태 발생이라는 충격적인 사태에 있을 법한 일들이 게임 내에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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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차를 거듭하며 동선을 그리는 게임
아마 데드 라이징 시리즈가 좀 유쾌한 분위기로 좀비들을 대거 쓸어버리는 게임 IP라 인식하고 있는 이들이 많을 터인데, 이는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조금 다르다. 앞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플레이어는 제한 시간 안에 가능한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면서도 프리랜서 사진 기자로의 정신을 잊지 않고 사진 촬영을 할 수 있으며 때로는 이 촬영을 요구하는 생존자 퀘스트도 존재한다. 또, 서브 퀘스트 형식으로 무전 발생 후 제한 시간 내에 생존자를 구해서 경비실로 인도하는 요소도 준비되어 있다. 여기서 메인 스토리 퀘스트는 꽤 진지한 편이다.
대신 다른 부분에서 좀 유쾌함을 드러낸다. 우선 DLC나 게임 플레이를 통해 입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랭크의 의상 커스터마이즈가 정말 맛이 간 느낌을 준다. DLC나 게임 플레이를 통해 프랭크의 옷을 바꿔줄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상점 내의 음악이 해당 의상의 테마로 변경되기도 하고, 프랭크는 남성복이나 여성복, 괴수복 등을 가리지 않고 입는데다 이 외형은 컷신에서도 적용되기 때문에 아무리 진지한 메인 스토리 컷신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프랭크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분위기를 우습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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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에 있어서는 초반부터 확실히 좀비들을 죽이고 다닐 수는 있지만 소위 말하는 다수의 좀비를 쓸어버리는 플레이를 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거나 후반부로 가면서 프랭크에게 적절한 수준의 장비를 쥐어준 시점에 그렇게 된다. 첫 회차에서는 메인 퀘스트의 제한 시간, 서브 퀘스트 생존자 구출 제한 시간, 거기에 72시간이라는 전체 제한시간 등에 쫓기면서 가는 길에 있는 좀비만 처리하거나 아예 그냥 옆으로 슥 지나가면서 전투를 피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거기에 이번 데드 라이징 디럭스 리마스터에서도 다른 구역으로 통하는 일종의 광장에서 탈옥수 3인방이 사이코패스로 등장하고 죽여도 다시 가면 부활한 상태라 자칫하면 기껏 구출한 생존자가 허무하게 죽어버릴 수도 있다.
프랭크는 다양한 도구를 주워 무기나 회복에 활용할 수 있고 버프 아이템인 책을 습득해 좀 더 효과적인 전투 지속력과 생존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또한 좀비들을 처리하면서 체력 최대치도 상승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도 해 갈수록 프랭크가 좀비 사태 속 인간 병기가 되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좀 게임에 익숙해진 시점부터는 생존자 무전이 들어오면 이 생존자를 어떻게 안전지대까지 이끌고 갈지 동선을 고려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여 구출 가능대상을 전원 구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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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러스하긴 해도 고어한 표현이 종종 나오니 취약하다면 주의
■ 변한 건 아쉽지만 퀄리티 오른 리마스터
한 번 리마스터를 진행했던 타이틀을 다시금 뜯어고치는 느낌으로 리마스터한 데드 라이징 디럭스 리마스터는 확실히 이것저것 변한 것들이 있었다. 단순히 아이템 위치 변경이나 새로운 아이템의 추가 외에도 아예 시스템 일부가 바뀌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한 차례 시끄러웠던 카메라 촬영 판정 중 에로티카 판정이 불필요하다 판단되어 삭제된 이슈의 경우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
이게 단순히 야한 시츄에이션의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모로 풍자적 요소를 플레이어가 느낄 수 있는 데드 라이징 특유의 분위기를 하나 잃어버린 것이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뭐 당장 초반부 생존자들이 쇼핑몰 홀에서 방어선을 구축하는데 공포영화에 꼭 있는 돌발행동형 인간을 강아지 때문에 문을 열어버린 할머니로 투입하는 등 초반부터 이런 잔혹함 속의 아이러니한 유머와 꼬집기가 매력적인 부분 중 하나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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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르 창작물에 꼭 나오는 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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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저널리즘
그런 맥락에서 프랭크의 촬영 에로티카 판정은 사람이 쉽게 죽어나가는 좀비 아포칼립스 상황에서도 자극적 요소에만 치중한 저널리즘을 풍자하는 분위기로는 상당히 적합했던 요소였다. 할머니 사건보다 더 앞에서도 프랭크가 헬기를 타고 이동하다 옥상에서 좀비에 대항하다 자결을 선택한 여성을 촬영하는 구간이 존재하는데 이 또한 비슷한 맥락의 감상을 플레이어에게 선사한다. 또, 주인공 외에도 사진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모 동업자의 광기 어린 퀘스트 라인도 이런 요소와 부합하는 부분이 있다.
한편 번역의 경우 플레이에 지장 없는 수준으로 진행됐으나 가게 이름 등 일부 요소들은 영어로 그대로 출력된다는 점도 조금 아쉽다. 이런 아쉬운 부분이 있는가 하면 전반적인 퀄리티는 올랐다는 것이 좋은 소식이다. 사실 데드 라이징 1편은 지금 플레이하기엔 다소 불편한 감이 적잖이 있는 타이틀인데, 이번 디럭스 리마스터 출시를 통해 전반적인 그래픽 퀄리티가 기존 리마스터 대비 더 향상됐고 UI 변경 등 플레이 편의성이 보다 증대됐다. 데드 라이징의 이름만 들어보고 플레이를 해보지 않았다면 한 번 이번 기회에 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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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어버리면 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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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는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까.
조건희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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