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th BIFF] 5년 지나도 싱싱한 '보고타', 송중기→이희준 생경한 얼굴 온다(종합)

[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보고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5년 만에 개봉한다. 콜롬비아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된 '보고타'는 어느 때보다 신선하고 생생하게 대중을 찾을 준비 마쳤다.

4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오픈 토크가 열렸다. 이날 오픈토크에는 김성제 감독, 배우 송중기, 이희준, 권해효, 김종수, 신범수 제작자가 참석했다.

배우 송중기-이희준-김성제 감독-배우 권해효-김종수가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오픈토크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보고타'는 희망 없는 인생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곳, 콜롬비아의 보고타. 지구 반대편 남미에서 밀수시장에 뛰어든 한국인들의 생존기를 그린 영화다.

'소수의견'으로 제15회 디렉터스 컷 시상식 올해의 신인감독상, 청룡영화상과 부일영화상의 각본상을 석권한 김성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김성제 감독은 '보고타' 연출 비화에 대해 "2015년 '소수의견'으로 부산에 왔다. 그 영화는 사건의 영화였다. 두 시간의 영화 안에 담아내기 버거웠다. 그래서 인물에 집중하는 플롯과 서사에 대해 고민했다. 그런 의미에서 '보고타'는 생경한 땅에 떨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면서 인물의 감정에 더욱 집중한 작품이다"고 밝혔다.

배우 송중기가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오픈토크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송중기는 19세에 보고타에 떨어진 국희 역할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캐릭터도 캐릭터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찐득찐득한 인물들 간의 호흡을 연기하고 싶었다"며 "'소수의견'을 보고 참 좋은 작품이라 생각하던 중에 '보고타'의 제안을 받았다. 보고타에 터를 잡고 정착한 한국인들의 갈등을 담은 내용을 보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희준은 '보고타'를 통해서도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이자 국희의 정신적 지주 수영 역을 맡는다. 이희준은 "마약이 아니라 속옷 파는데 죽고 죽일 수 있는 갈등이 재밌을 것 같았다. 한국 상인들의 생존의 갈등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이어 이희준은 "콧수염을 정당화 시키고 싶었는데 가장 콜롬비아 사람처럼 보여지고 싶은 것이라 생각했다"며 콧수염 비주얼을 선보이게 된 비화도 공개했다.

보고타 한인 보스 역할을 맡은 권해효는 "보고타에서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가진 사람, 변화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 정도로 캐릭터를 이해했다"며 "현장에서 순간들이 참 즐거웠다. 현장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느낌이라 있는 대로 부딪혔다"고 말했다.

국희 아버지이자 국희에게 보고타 세계를 열어주는 역할을 맡은 김종수는 "IMF로 뿌리채 뽑혀서 뿌리를 옮긴 인물이다. 그걸 보고 큰 국희는 '단단한 뿌리가 될거야'라고 모티프를 줬다고 생각한다"고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김성제 감독은 배우들의 호연에 대해 "영화 연출을 하는데 있어 캐스팅을 성사시키는 순간이 일의 반이라 생각한다. 송중기가 연기하는 국희, 수영을 연기하는 이희준을 따라가는 맛 등 재미가 컸다. 그것 중 가장 좋은 것을 모아서 관객이 가장 편하게 이해할 수 있게 그림을 배치했다. 생경한 이미지도 있지만, 가장 큰 스펙터클은 배우들의 얼굴과 그 변화들이다. 그걸 따라가는 영화로 봐주신다면 성공했다고 느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배우 이희준이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오픈토크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이어 송중기는 콜롬비아 보고타 로케이션 촬영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장면에 대해 "콜롬비아 분들의 흥이 너무 좋았다. 이렇게 긍정적이고 행복한 사고로 일상을 영위하는구나 싶었다. 선배님들과 회식을 한 적 있는데, 내 배우 인생에서 넘버 원 회식이었다. 한국과 콜롬비아의 댄스 배틀이 펼쳐져서 김종수는 '잘못된 만남'에 맞춰 춤을 추고 콜롬비아 분들은 살사를 췄다. 그 흥이 현장을 채웠고 기억에 많이 남아서 또 가고 싶다. 콜롬비아에서 무대 인사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이희준은 "나도 살사 댄스 학원을 다니기도 했다"며 "반면에 위험한 나라이기도 해서 어딜 가나 기관총을 든 가드와 움직였다. 호텔 두 동이 있는 곳에 갇혀서 지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지나고 나니 행복한 추억이었다"고 로케이션 비화를 공개했다.

권해효는 "콜롬비아에 대한 정보 없이 갔는데 편견이 많이 깨졌다"며 "송중기 이희준이 오자마자 운동을 하겠다고 뛰러 나갔는데 해발 고도가 높아서 10분 만에 시체처럼 돌아왔던 재밌는 기억이 난다. 다시 콜롬비아 분들을 만날 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수는 "'보고타'가 국내에서 찍었다면 그 불안해 보이는 수영과 국희의 얼굴이 나왔을까 싶다. 냄새와 온도가 참 잘 담겼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분들이 보고 즐겼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송중기는 "이 프로젝트를 촬영 시작한 게 2019년이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가 오면서 거의 5년 만에 인사드리게 됐다. 마음 고생이 다시 떠오르며 그리움으로 보여지는 것 같다. 영화를 소개드릴 수 있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드린다.

배우 권해효가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오픈토크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이에 김성제 감독은 '보고타'를 대중에게 선보이기 전 목표에 대해 "꼴통같은 연출자와 하며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사랑 받고 싶은 영화 만들고 싶은 건 당연하고, 후반 마무리 작업을 하면서 배우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고, 배우들에게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 영화가 엊그제 만든 것처럼 다가가게 만드는 게 내 목표다. 싱싱한 상태로 겨울에 여러분을 만나게 될 것 같다"고 말하며 각오를 다졌다.

'보고타' 출연 배우들의 스페인어 연기 소감은 어땠을까. 송중기는 "스페인어를 막상 배우기 시작하며 너무 재밌었다. 걱정이 다 날아갔다. 스페인어는 인토네이션과 리듬이 너무 아름답다. 그걸 느끼니 어렵다는 생각이 사라지고 즐기고 있더라. 스페인어 대사를 아직까지 외우고 있다"고 말하며 즉석에서 스페인어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어 송중기는 "이 자리에서 말할 순 없지만 사실 제일 많이 배운 스페인어가 욕이었다. 욕하는 대사를 하면 콜롬비아 스태프가 와서 '아니야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니야' 하면서 바로잡아줬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송중기의 말을 들은 권해효 역시 "다양한 방식의 욕을 배웠는데 다 사용하지 못해서 아쉽다. 콜롬비아 가서 써볼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배우 김종수가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오픈토크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마지막으로 김종수는 '보고타'에 대한 기대를 당부하며 "낯선 곳에서의 희망과 설렘이 잘 담겨 있다. 여러분들도 삶이 늘 일상적이지만 내일을 모르듯, 즐거움과 생경함을 극장에서 느껴보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권해효는 "영화의 위기, 극장의 위기를 많이 얘기한다. 자극에도 둔감해졌다. 이 영화는 겉으로 보는 자극보다는 더 사람을 다루는 영화다. 이 영화가 제작됐다는 것 자체가 한국 영화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이희준은 "가장 먼 나라 보고타에 있는 한국인들의 이야기가 재밌게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송중기는 "관객 분들께 굉장히 생소한 스페인어를 쓰는 장면이 신선하게 다가갈 것이라 생각한다. 콜롬비아 식당에서 외식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극장에 와 주시면, 새로운 느낌의 영화가 나왔다는 기분이 들 것이다. 많이 예뻐해주시고 기억해 달라"고 덧붙였다.

김성제 감독이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오픈토크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성제 감독은 "어쩌면 극장의 시대는 가고 있고 다른 플랫폼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플랫폼은 휴식 같은 시간을 주고 극장에 가는 건 여행을 떠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휴식도 좋지만 여행에 걸맞는 서사와 얼굴들이 있는 작업이었다. 극장에 와서 봐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지원 기자(jeewonjeo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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