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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고려아연 ‘쩐의전쟁’ 2라운드 시작…MBK, 판돈 3.4조→4조로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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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MBK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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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 고려아연을 둘러싼 조(兆) 단위 경영권 분쟁이 결국 연장전으로 간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군의 공격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더 큰 자본력으로 응수하자, 결국 MBK-영풍도 공개매수가를 재차 올리는 강수를 뒀다. 양측 모두 배수진을 친 것이다.

MBK는 당초 고려아연 경영권을 얻기 위해 총 3조4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콜옵션 행사에 들어가는 비용, 고려아연 주주사인 영풍정밀 공개매수에 들어가는 돈을 모두 더한 값이다. 그러나 경쟁이 과열되며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제는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쟁취하는 데 성공하려면 최대 4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66만→75만→83만원…종료일은 이달 14일

4일 MBK-영풍은 금융위원회에 공개매수 정정 신고서를 내고 단가를 기존 75만원에서 83만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날은 MBK-영풍의 공개매수 종료일이었다. 단가를 높임에 따라 공개매수 기한은 오는 14일로 미뤄지게 됐다. 결제일은 17일이다.

MBK-영풍은 공개매수 단가를 높이면서 수량 요건도 완화했다. 당초 MBK-영풍은 발행 주식 수의 6.98~14.61%를 공개매수하되 청약 주식 수가 최소 목표 수량에 못 미치면 1주도 사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이번에는 해당 조건을 없앴다. 최소 목표 수량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청약 주식 전량을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MBK-영풍은 앞서 한 차례 공개매수가를 높였다. 당초 66만원에서 시작했지만 주가가 큰 폭으로 올라 실패 가능성이 커지자 75만원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MBK-영풍은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이날 오후까지 매매 추이를 모니터링했지만 결국 주가가 계속 75만원선 위에서 등락하자 실패를 직감, 가격 재인상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이날 MBK-영풍이 공개매수가를 높인 것은 최 회장 측 반격에 대한 맞대응이다. 고려아연은 이날부터 주당 83만원에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백기사로 나선 베인캐피탈의 공개매수 물량과 합쳐 지분을 최대 18%까지 취득하는 게 목표다. 장씨·최씨 일가와 우호지분 및 국민연금 보유 지분, 자사주를 제외하면 유통 물량이 약 22.63%로 파악되는 만큼, 청약 물량 대부분을 사주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MBK-영풍은 공개매수 기간을 한 차례 연장했음에도 최 회장보다 먼저 승부를 볼 수 있다. 최 회장 측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는 오는 23일 종료된다. MBK 고위 관계자는 “우리 쪽 공개매수가 먼저 끝나니, 우리 쪽에 응해서 확실한 수익을 보장 받으려는 주주들이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MBK-영풍이 연장전에서의 승리를 자신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이다. MBK-영풍은 지난 2일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배임죄에 해당한다”며 법원에 자사주 공개매수 금지 2차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만약 법원에서 이를 인용한다면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는 취소된다. 심문기일이 오는 18일로 예정돼있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불확실성이 잔존할 수밖에 없다.

◇MBK, 기업가치 16조에 고려아연 경영권 얻을까…10년 뒤 되팔려면 65조 돼야

MBK는 당초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최대 3조3985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우선, 주당 66만원에 고려아연 주식을 공개매수하기로 했으므로 최대치를 확보한다면 약 2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다. 또 영풍에 콜옵션을 행사해 ‘장씨 일가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절반+1주’를 취득하기로 했는데, 콜옵션 행사가격은 66만원으로 고정돼있다. 공개매수를 통해 목표 수량을 최대치로 확보한다고 가정하면 콜옵션 행사에 들어가는 돈은 총 1조2719억원으로 추산된다. 별도로 진행 중인 영풍정밀 공개매수 비용은 단가 2만원을 기준으로 계산할 때 1368억원이었다.

그러나 고려아연 공개매수가가 83만원으로, 영풍정밀 공개매수가가 3만원으로 상향 조정되며 비용이 대폭 늘어나게 됐다.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2조5023억원을, 영풍정밀 공개매수에 2052억원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콜옵션 행사 금액까지 더하면 총 3조9794억원이 된다. 약 4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MBK 입장에선 4조원을 들여 고려아연 지분을 약 25% 가량 확보하는 셈이다. 역산하면 전체 기업가치는 약 16조원이 된다. 현재 고려아연 시가총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MBK 측은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성공한다면 향후 10년 간 회사를 매각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블라인드 펀드의 목표 내부수익률(IRR)이 15~20%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0년 뒤 고려아연 기업가치를 약 65조원으로 키워야 목표 수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자는 배제하고 계산한 값이다.

현재 글로벌 제련 업체들의 목표 기업가치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V/EBITDA)은 12.5배다. 이를 반영하면, 10년 후 EBITDA가 5조2000억원이 돼야 65조원의 기업가치를 달성할 수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작년까지 고려아연의 평균 EBITDA는 1조2000억원 수준이었다.

◇개인, MBK 아닌 고려아연에 팔면 배당소득세 내야…세율 최고 49.5%

한편, MBK-영풍이 공개매수가를 83만원으로 올림으로써 최 회장 측이 제시한 조건과 가격 측면에선 거의 다를 바가 없어졌다. 고려아연도 최소 매수 수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청약된 모든 주식을 사기로 했다.

다만 세금 측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주주들은 자사주 형태로 고려아연에 주식을 매각하면 세금을 내야 한다. 주주가 국내 기관이라면 MBK-영풍 공개매수에 참여할 때나 자사주 공개매수에 참여할 때나 동일하게 법인세를 내야 하지만, 개인 투자자가 팔 때는 상황이 다르다.

개인 투자자가 MBK-영풍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엔 차익의 22%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한다. 다른 금융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주식 양도차익만 통산한다. 그러나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의 경우, 애초에 자사주를 소각할 목적으로 취득하는 것이기 때문에 배당소득으로 과세한다. 배당소득세는 다른 소득과 합산해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하면 종합소득세로 신고해야 한다. 이 경우 세율이 최고 49.5%로 올라갈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세법 전문 변호사는 “회사가 자본을 유상감자할 때 주주가 취득가액을 초과하는 대가를 받게 된다면, 그 차액을 의제배당으로 봐서 배당소득세를 부과한다”며 “주주가 지분을 자사주 형태로 매각한 후 소각하는 것도 실질적으론 자본을 줄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감자와 비슷하게 보고 배당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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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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