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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기자수첩] 삼성전자 ‘인재 이탈’ 해법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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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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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지난달 25일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타운홀 미팅에서 한 직원이 ‘우수 인력 확보와 인력 이탈에 대한 대책’을 묻자 “여러분이 열심히 일해달라. 주위에 나가려는 인력들도 지켜달라”고 답했다.

이날 타운홀 미팅에서 경영진과 직원 사이에 오간 대화는 최근 삼성전자 인재 이탈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쟁사와 기술 격차를 좁히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우수 인력은 부족하고, 주니어 연차 직원들은 경쟁사로 이직을 준비할 만큼 내부 동요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인재제일’은 삼성전자의 핵심 경영 철학이자, 과거 경쟁사를 압도했던 ‘초격차’의 비결이다. 국내 최고의 이공계 인재들이 모여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를 유지하는 기술과 제품을 선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 내 입지가 예전 같지 않은 데다, 사업 환경도 녹록지 않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우수 인력을 유치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선두주자인 미국 엔비디아가 퇴사율을 절반가량으로 낮출 수 있었던 제도인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도입하거나, 정부 차원에서 고급 인재 확보에 나서는 기업에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해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전쟁은 이미 ‘현재 진행형’으로 인재를 육성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며 “즉시 전장에 투입해 승기를 가져올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대책 마련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부뿐만 아니라 기술 경쟁력 제고가 필요한 사업 부문의 인력 확보에 갈증을 느꼈다.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시스템LSI 사업부는 경쟁사를 추격하는 발판을 마련해 줄 고급 인재 수혈이 절실하다. 파운드리 사업은 대만 TSMC와의 점유율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고, 시스템LSI는 대표 제품인 엑시노스 시리즈의 차세대 모델 개발 및 양산에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과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세계 최고 대우를 내걸며 인재들을 싹쓸이할 때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볼 때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가 인재 이탈로 경쟁력을 잃는다면 ‘반도체 강국’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지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전병수 기자(outstandi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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