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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4일을 앞두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자사주 공개매수 최소 수량 조건을 없앤 것은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최 회장 측은 최소 121만주가 공개매수에 응해야 자사주(고려아연 주식)를 주당 83만원에 매입하려는 계획이었다.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제시한 최소 매입 물량 144만주(주당 75만원)보다는 적은 규모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주주들은 MBK 측이 제시한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마지막 청약일인 4일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최 회장 측은 4일부터 23일까지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공개매수 청약을 시작하지만 NH투자증권이 진행 중인 MBK 측 공개매수는 4일이 마지막 청약일이다.
주주들은 최 회장 측이 승리하지 못하면 MBK 측이 제시한 주당 75만원에 매도할 기회조차 날릴 수 있기 때문에 고민스러운 상황이었다. 이에 최 회장 측은 주주들이 안심하고 주당 83만원에 매각할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앞서 MBK 측도 반격 카드를 꺼냈다.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2만5000원에서 3만원으로 올렸다. 이는 최 회장 측이 제안한 공개매수 가격과 동일한 수준이다. 같은 가격으로만 올려도 MBK 측 매입 규모가 앞서는 만큼 투자자들이 몰릴 것이라는 의도가 내포된 전략으로 분석된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어 양측이 치열하게 경영권 쟁탈전에 나선 상태다. MBK 측은 4일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가 끝나기 직전에 공개매수 가격을 상향 조정함에 따라 공개매수 기간이 14일로 연장됐다.
하지만 영풍정밀보다 더 중요한 고려아연 지분 쟁탈전에서 최 회장 측이 회심의 카드를 꺼냄에 따라 최 회장 측이 우위에 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4일 주식시장 마감(오후 3시 30분) 전에 다시 MBK가 고려아연 공개매수 조건을 변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MBK는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상향 조정하거나 최 회장 측 제안처럼 '최소 청약 물량 도달 시 공개매수' 조건을 없앨 수 있다. 하지만 실패할 수도 있는 지분 쟁탈전에 조단위 실탄을 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앞서 최 회장을 비롯해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는 이달 2일부터 21일까지 주당 3만원에 영풍정밀 지분 최대 25%(393만7500주)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선 상황이다.
MBK·영풍 연합군이 재차 경쟁적으로 가격을 올리면서 누가 이기더라도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없을 가능성이 커졌다.
최 회장 측은 금융권 차입 약정 한도 금액인 1조7000억원을 추가 동원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4일 고려아연 주가가 75만원을 넘을 경우 MBK가 제안한 공개매수에 응할 주주는 줄어든다. 지난 2일 고려아연 주식 거래 수가 77만주로 1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며 개인 간 손바뀜이 활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측불허의 상황이다. 글로벌 독립 리서치 업체 스마트카르마는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 가격이 90만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법률 공방도 거세지고 있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3일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똑같은 재판부를 상대로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법원의 판결에 반하는 가처분을 또 한 번 제기한 것은 시장에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박 사장은 "자사주를 취득하면 배임이라거나 자기주식 취득 배당가능이익이 586억원이라는 등의 일방적인 MBK 측 주장에 대해 단호히 조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영풍 측과 고려아연 측은 '임의적립금(임의준비금)'을 배당가능이익으로 포함하느냐를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오후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를 열고 고려아연이 보유한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판정하는 안건을 심의한다. 심사 당일에 최종 판정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어 그 결과가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 경영권 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주목된다.
현행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판정돼도 MBK의 공개매수 등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시도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MBK가 경영권을 인수한 후 중국 등에 기술이나 경영권을 넘길 경우 산업부 장관에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오대석 기자 / 조윤희 기자 /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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