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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앵커칼럼 오늘] 정치하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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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 모르겠는데 다들 내가 좋답니다. 공화당 사상 제일 인기 있는 대통령이랍니다."

2019년 새해 첫 각료회의에서 트럼프가 95분 내내 혼자 열변을 토합니다. 이야기 주제가 스물네 개에 이르렀습니다. 참석자들이 발언할 새도 없이 떠든 트럼프를, 뉴욕타임스가 평했습니다.

"기괴하다(Bizarre)"

트럼프가 이듬해 대선에서 패한 뒤 법무장관이 밝혔습니다.

"선거 사기를 발견하지 못했다."

부정 선거라고 주장하던 트럼프가 당장 그를 불러들였습니다. 케첩 듬뿍 바른 햄버거를 벽에 내던지며 격노했습니다.

"나 지금 엄청 열 받았어!"

주간지 타임이 1년 반에 걸쳐 트럼프를 풍자한 표지 3부작입니다. 집무실에 앉은 트럼프가 강풍에 휘말립니다. 허리까지 물이 차오릅니다. 목만 내놓고 허우적댑니다.

타임이 설명했습니다.

"측근들 유죄, 잇따른 스캔들, 총체적 혼란을 폭풍우에 비유했다."

독선과 아집의 트럼프, 재선에 실패해 20세기 이후 네 번째 단임 대통령이 됐습니다.

명품 백 사건에 대해 검찰이 대통령 부부와 최재영 목사 모두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수사심의위가 최 목사 기소를 권고했지만, 처음 수심위 권고를 뒤집는 전례를 남겼습니다.

그러면서 '양심'을 내세웠습니다. 국민 법 감정은 알지만, 양심 때문에 눈감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뭔가 곤혹스럽고 옹색한 처지가 엿보입니다.

대통령은 이틀 만에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거부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위헌적 법안' 이라며 민주당을 '더불어위헌당' 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거기에도 국민의 법 감정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은 원내 지도부 만찬을 열어 격려했습니다. 당정의 한 축이자 여당 운영을 총괄하는 한동훈 대표는 부르지 않았습니다. 마음속에 맺혀도 단단히 맺혔습니다.

대통령은 총선 참패 후 브리핑 룸에 찾아와 1년 다섯 달 만에 기자 질문을 받았습니다.

"(대통령께서 참모들에게 '이제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허허허!" "궁금한 거 없으시죠?"

시간이 자꾸 가고 있습니다. 시간, 그리고 민심의 수위는 대통령 편이 아닌 듯합니다. 그런데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10월 3일 앵커칼럼 오늘 '정치하는 대통령' 이었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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