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이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한국의학교육평가원 무력화 저지 결의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전국 지역보건의료기관 중 594곳에 의사가 한 명도 없고, 공공의료기관은 의사 3500여 명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만성적인 인력난에 의사 몸값까지 치솟으면서 지역 공공의료원은 전문의 한 명을 구하는 연봉을 5억~6억원대까지 올리고 있다.
공공의료는 민간 부문에서 기피하는 필수의료와 감염병 재난 대응, 취약층 진료 등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반드시 지켜야 할 보건의료 체계의 중추다.
의대 증원과 더불어 배출된 의사들이 지역 공공의료 분야에 배치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공공의료기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전국 공공의료기관 217곳(치과병원, 한방병원 제외) 중 41.9%인 91곳은 의사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의사가 한 명도 없는 보건소와 보건의료원, 보건지소도 전체 1570곳 중 약 40%(594곳)에 달했다. 이들 가운데 456곳은 비상근 의사가 순회진료를 하거나 한의사, 간호인력 등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지역보건법에 따라 전국 16개 시도 보건소와 보건의료원, 보건지소에 배치돼야 하는 의사 최소 인력은 1956명이지만, 실제로 배치된 인력은 1466명뿐이었다.
지역별로는 경북의 인력난이 가장 심했다. 경북은 인력 기준 대비 의사가 110명이나 부족했고, 전남은 84명, 경남은 76명 부족했다.
전국 공공의료기관은 228곳이고, 치과병원과 한방병원을 제외하면 217곳이다. 이들 기관이 충원해야 할 총 의사 수는 3563명으로, 교육부 소관 대학병원이 283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공의료기관(지방의료원, 도립병원, 시립병원 등) 309명, 보훈병원 109명, 국립중앙의료원 107명, 보건복지부 소관 의료기관 71명 순이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경실련은 "최근 의대 증원과 의료 체계 개편 등 개선 방안이 추진 중이지만 공공의료의 인력 부족 현상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번 조사를 통해 1년 사이 공공의료 인력 이탈이 눈에 띄게 늘었고 지역공공의료 공백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남의 한 공공의료원은 정형외과 의사를 연봉 6억2000만원에 채용했다. 울진군의료원도 작년에 영상의학과 전문의 채용에 5억600만원을 제시해 겨우 충원했다. 거창적십자병원은 올해 영상의학과 전문의 모집 공고에 연봉 4억5000만원을 제시했지만 구인에 거듭 실패했고, 5억원으로 연봉을 올린 후에야 가까스로 의사를 채용할 수 있었다.
이처럼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공공의료기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은 이날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무리하게 추진하기 위해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을 무력화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 기관은 교육부 권한을 위임받아 전국 의대를 평가·인증하는 곳이다. 의평원에서 인증받지 못한 의대는 '신입생 모집 정지' 등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다음달 평가를 앞두고 의평원이 이번에 증원 대상인 의대들의 평가를 강화하겠다고 예고하자, 교육부는 지난달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11월 4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대규모 재난이 발생해 의대 학사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경우 등에 한해 의평원이 불인증하기 전 의대에 1년 이상의 보완 기간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의대 교수들은 정부가 대규모 의대 인증 탈락으로 무리한 의대 증원의 과오가 드러날 것이 두려워 의평원을 무력화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참석자 대부분은 의대 교수들로, 주최 측 추산 500명 이상이 참석했다. 교수들은 '교육농단 저지하여 의평원을 지켜내자' '교수들이 합심하여 국민 건강 수호하자'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의사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박인숙 전 의원도 참석했다.
[심희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