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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fn사설] 외국인 가사관리사 철저한 평가로 본사업 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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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100명 시범사업 잇단 논란
근무환경 개선 및 임금 해법 기대


파이낸셜뉴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할 필리핀 노동자들이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후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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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본격 도입된 지 3일로 한 달째를 맞았다. 저출생·고령화 문제 해소책의 일환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사업이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 하고 있는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우리나라에 도입한다는 점에서 이색적이고 도전적인 사업으로도 관심을 끌었다. 지난달 30일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서울 시내 가정에 투입됐고 한 달이 흘렀는데 평가는 기대 이하다.

사업 초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142가정에서 근무를 시작했는데, 지난달 말 기준으로 98명이 169가정에서 일하고 있다. 일단 두 명의 가사관리사가 이탈했다. 근무조건에 대한 불만이 컸다고 한다. 간담회를 통해 확인한 결과 오후 10시로 돼 있는 숙소의 '통금'이나 이동·대기시간에 대한 불만이 컸다고 한다. 교육수당이 제때 지급되지 않는 일도 사업 초반부터 불거졌다. 체류기간이 짧은 점도 근무환경에 대한 불안감을 낳았다. 아울러 한국 내 24가정이 서비스 개시 이후 중도 취소를 하고 51가정이 신규 신청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신청을 취소하고 신규 신청이 들어오면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근무환경도 급변하게 된다. 아울러 현재 가사관리사 숫자와 서비스 가정 수치를 비교해보면 1인당 약 2가정을 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범사업에서 드러난 문제는 대부분 현장의 니즈가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중도에 취소하는 가정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의 니즈도 적극 배려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열악한 근무환경도 감내할 것이란 생각은 오산이다. 이번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우리가 돈을 지급하니 우리가 정한 룰에 맞게 따를 것을 요구해선 안 된다. 외국인 가사관리사들 역시 한국 외에 일본 등 다른 선택지가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적용 여부를 둘러싼 논쟁도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임금은 하루 8시간 전일제 근무를 기준으로 올해 최저임금(시급 9860원)을 적용한 월 206만원 수준을 받는다. 일각에선 외국인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한 탓에 국내 가정에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높아졌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그렇다고 국제기준(국제노동기구·ILO 111호 협약), 국내법(근로기준법·외국인고용법) 등에 위배되는 차등적용을 할 수도 없다. 확실한 건 최저임금 적용 여부를 둘러싼 핵심 논쟁 말고도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를 안착하기 위해 풀어야 할 난제가 수두룩하다는 점이다.

사실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도입할 때 이런 세부적인 문제들이 발생할 것으로 예견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새로운 정책을 시범사업으로 한다는 데 초점을 두면서 정책의 디테일 면에서 부족했던 게 드러났다. 졸속행정이라고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다. 100명 단위의 시범사업이어서 다행이지 규모가 큰 사업이었으면 큰 낭패를 치렀을 게 뻔하다.

그럼에도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아이 돌봄 서비스 확보방안이 시급히 요구된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본사업은 내년 정부 주도로 1200명 규모를 투입하려는 것이다. 내년도 본사업을 차질 없이 준비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라도 이번 시범사업의 문제점을 전반적으로 철저히 진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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