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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김대년의 잡초이야기] 구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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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구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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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대표적 들국화 '구절초'는 화초(花草)인가, 약초(藥草)인가, 잡초(雜草)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두 맞다. 아마도 앞으로 이야기해 나갈 잡초들 대부분이 그러할 것이다. 어릴 적 배앓이가 심했던 내게 어머니는 구절초 달인 물을 많이 먹이셨다. 따라서 구절초에 대한 기억은 '아주 쓰고 냄새가 고약하다'는 안 좋은 것뿐이었다.

그러나 인생은 참 알 수 없다. 부모님 묘소 주변에 흐드러지게 핀 구절초를 볼 때마다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그 소박한 아름다움에 점점 취해 갔으니 말이다. 한 포기 두 포기 옮겨 심은 것이 어느새 우리 집 주변을 가득 채우게 되었다.

수년 전, 여행길에서 만난 구절초의 팔색조 매력은 나를 더욱 이 오묘한 식물에 빠져들게 했다. 전북 정읍시 산내면에서 매년 개최하는 '구절초 꽃축제(올해는 10월 3일 ~ 10월 13일)'는 그야말로 구절초의 신세계를 열어젖힌 듯했다. 수만평의 동산을 가득 메우며 관람객을 유혹하는 독보적인 아름다움....... 구절초를 활용한 차, 술, 과자, 빵, 두부 등 음식류와, 구절초 베개, 구절초 환(丸) 등 수많은 상품들은 구절초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더구나 '녹십자'에서 정읍시와 협약을 맺어 약효 성능 분석에 들어갔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귀하고 매력적인 구절초가 우리 집에서 잡초 취급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어느 날, 나들이 온 도시 친척이 부지런을 피운답시고 정원 곳곳의 구절초를 몽땅 뽑아 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그의 눈에는 주변에 구절초가 워낙 많이 자생하다 보니 그냥 흔한 길가의 풀로 보였던 모양이다. "잡초가 너무 많아서 싹 정리했습니다." 망연자실한 내 모습을 보고 그는 어깨를 한번 으쓱 했을 뿐이다. 이래저래 구절초는 내게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맛보게 하는 애증의 잡초인 것 같다.

/만화가·前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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