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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도요타 '캐즘' 우려에 북미 EV생산 1년 늦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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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세계 1위 완성차 업체인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북미 시장에서 전기차(EV) 생산 시기를 내년에서 2026년으로 연기하기로 했다.

세계 유수 시장인 북미에서 EV 판매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전략 전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 중 북미 시장에서 EV 생산 계획 재검토 방침을 밝힌 것은 도요타가 처음이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도요타가 북미에서 EV 생산 계획을 재검토한다고 보도했다. 북미 첫 EV 공장 가동 시기를 원래 계획했던 2025년에서 2026년 상반기로 연기하고 생산 차종도 줄이는 한편, 일부 모델은 일본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도요타는 북미 최초의 EV 공장인 미국 남부 켄터키 공장에서 3열 좌석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 시기를 2025년 하반기에서 2026년 상반기로 연기할 방침이다. 이 공장에 대한 도요타의 총 투자액은 13억달러(약 1조7000억원)에 달한다.

도요타는 북미에서 2030년까지 계획했던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 SUV의 신형 EV 생산을 취소하고, 대신 일본에서 차량을 완성해 수출하기로 했다. 도요타 측은 이번 북미 생산 계획 연기에 EV의 품질 향상을 위한 설계 변경도 영향을 미쳤다면서 새로운 생산 개시 날짜는 신중히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도요타는 2026년까지 전 세계 EV 생산량을 150만대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공표했지만, 최근 부품 공급 업체들에 생산량을 100만대 수준으로 축소한 새로운 계획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닛케이는 "EV 시장 둔화 속도에 근거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에 북미 생산 일정을 수정하는 것도 이 같은 계획 변경의 일환으로 보인다.

도요타가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배경에는 북미 시장에서의 EV 판매 둔화와 미국 정부의 대중국 보호주의 정책이 자리한다. 현재 북미 시장에서는 파격적 할인을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EV 판매세가 둔화되고 있다. 지난달 미국 뉴욕에 있는 한 도요타 매장에서는 5만달러 상당의 EV가 사실상 40% 할인된 가격에 판매됐다.

도요타의 전동화 계획 연기로 전 세계 주요 완성차 브랜드들이 대부분 전동화 전략을 연기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일찍이 2025년 전기차 100만대 생산 계획을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포드는 최근 전기 SUV 신차 생산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유럽에서는 폭스바겐이 독일 볼프스부르크 전기차 전용 공장 계획을 취소했고,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전동화를 선언한 볼보마저 이달 초 2030년까지 전동화 전환 10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백지화했다.

유일하게 전동화 전략을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는 레거시 완성차 업체는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달 말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차종은 아이오닉5다.

[신윤재 기자 /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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