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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김건희 명품백' 앞에 힘 못 쓴 '청탁금지법'…보완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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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청탁금지법상 배우자 처벌 조항 없어...김건희 무혐의 판단

최민희 의원, 배우자도 처벌하는 규정 담은 개정안 발의...참여연대 "배우자 처벌 규정 신설 신중할 필요 있어"

아주경제

김건희 여사가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선수단 격려 오찬'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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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이 결국 지난 2일 해당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했다. 정치권을 비롯한 시민사회에서는 이번 사건을 통해 공직자의 선물·접대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마련된 청탁금지법이 일정 부분 한계를 드러냈기에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가 최 목사에게서 2022년 6~9월 받은 300만원 상당 디올백, 179만원 상당 샤넬 화장품 세트, 40만원 상당 양주에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핵심 쟁점은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였는데 최 목사 측은 디올백 등을 건네며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 사후 국립묘지 안장, 통일TV 송출 재개 등 사안을 청탁했기에 유죄라는 주장을 했으나 검찰은 최 목사가 개인적 소통을 넘어 대통령 직무와 관련해 청탁하거나 선물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016년 시행된 청탁금지법은 건설업자나 변호사에게서 금품을 받고도 무죄를 선고받은 '스폰서 검사' '벤츠 검사' 등에 대한 국민적인 공분 속에 탄생했다. 증명이 까다로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제재할 수 있도록 국민 눈높이에 맞게 사각지대를 보완한 차원에서 법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보듯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100만원 넘는 고가 금품은 받지 못하게 한 조항은 공직자 본인이 아닌 배우자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설사 공직자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았더라도 배우자를 처벌하지는 못하게 설계돼 논란이 되고 있다.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인지한 공직자에게 반환 및 신고 의무가 있긴 하지만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았을 때에만 적용되기에 검찰은 이런 조항에 근거해 김 여사와 윤 대통령 모두 청탁금지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 수사를 지시한 이원석 전 검찰총장도 이를 의식해 지난달 9일 "이번 기회에 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해서도 법령을 정확하게 보완하고 미비한 점을 정비해서 더 이상 사회적 논란의 소지가 없도록 입법을 충실하게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청탁금지법의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야당은 법안 개정에 나섰다. 최민희·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 등은 공직자 배우자 처벌 조항을 신설하는 청탁금지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공직자 배우자의 금품 수수에 대한 공직자의 신고 의무 강화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권 강화 △금품 수수의 기준액 하향 조정 △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한 처벌 강화 △법 적용 대상을 공직자의 직계존비속까지 확대하는 방안 등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직무 관련성이 없는 금품 수수까지 금지하면 배우자 개인의 독립적인 사회생활까지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입법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최민희 의원실 박진형 보좌관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별도의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당연히 여러 금품을 받을 수 있고, 현 청탁금지법에도 사회상규를 벗어나지 않은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부차적인 장치들이 존재한다"며 "여러 의원실에서 조금씩 다른 '김건희 방지법'이 발의된 상태라 심층적인 논의를 통해 법안을 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의 미비점이 지적되고는 있지만 배우자 처벌 규정을 두는 데에는 조금 신중해야 한다"며 "직무연관성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고위공직자와 일반공무원을 구분해서 제재를 다르게 한다든지 여러 방식을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아주경제=권규홍 기자 spikekwo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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