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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단독] 축소되는 통일관, 정작 현장에선 매년 증원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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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주재 우리 대사관에 파견되는 통일안보관이 내년 2월부로 폐지되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전반적인 통일관 증원 필요 의견을 수년째 제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세계일보 2024년 10월 3일자 1, 6면 참조>

3일 더불어민주당 위성락 의원실이 통일부로부터 받은 최근 4년간 국가별 통일관 관련 의견제시 내역에 따르면, 2020년 임기 3년 만료가 도래한 중국, 미국, 일본 대사관의 통일관이 존속돼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과 함께, 주 아세안 대표부와 주 유엔 대표부에 통일관이 신설을 제안했다. 2021년에는 러시아, 독일 대사관에 나가있는 통일관의 존속 의견과 함께, 주 아세안 대표부, 주 유엔 대표부에 통일관 필요 의견이 다시 한 번 제안됐다. 주 유엔 대표부 과장급 및 주미대사관 국장급 통일관 신설 의견도 나왔다. 2023년에도 임기가 도래한 중국, 미국, 일본 대사관에서 통일관 존속 의견을 냈고 추가로 주 베트남 대사관, 주 선양 총영사관에 통일관이 파견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안됐다. 베트남은 중국과 수교국이고 중국 선양도 북한 활동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대북업무 핵심지다. 신설 의견은 전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세계일보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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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관은 현재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독일 5개국에만 파견되고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직후 ‘작은 정부’ 기조에 따라 공무원 인력 감축 지시가 내려졌다. 외교부는 주재관 축소를 검토한 끝에, 통일안보 분야 주재관을 기존 6명에서 5명으로, 산업통상자원 분야 주재관 52명을 50명으로, 출입국 분야 주재관을 31명에서 29명으로, 재정경제금융 주재관을 22명에서 21명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 분야에서 15명을 14명으로, 농림축산 분야 12명을 11명으로, 국세 분야 9명을 8명으로 축소키로 했다. 해외 공관 각지에 파견되는 주재관 총인원 354명 중 9명을 감축하는 것이다.

특히 감축인원 9명 중 2명이 주 러시아 대사관의 통일관과 재정경제금융부문 주재관이다. 우리 정부가 대러외교를 격하하려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한·러관계 악화 및 북·러 밀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러시아가 북한과 밀착하는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일시적인 것이고, 러시아 입장에서도 한국과의 관계가 더 중요할 것이므로 괜찮다는 취지로 설명해왔다. 그러나 지난 6월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의 공개 사전경고에도 불구하고 자동군사개입조항이 포함된 북·러 신조약(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이 체결되는 등 한·러관계가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는 게 맞는지 의구심이 꾸준히 제기됐다. 신조약 체결 직후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맞대응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하며 “미리 알려주면 흥미진진하지 않다”고 말해 논란까지 일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국민 안위가 걸린 국가안보를 게임하듯 대하는 것을 보면 아연실색해질 수밖에 없다”, “치기어린 발언이 섬뜩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북한과 러시아가 1950년대 이래 가장 밀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러시아 주재 통일관이 내년 2월 폐지되면서 북·러 동향 파악, 통일 여론 조성 업무 등 공백이 우려된다.

북한·통일외교 관련 전문가들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있는 벨기에와 미국 뉴욕의 유엔 대표부, 동남아시아 지역에는 통일관 파견이 필요한 곳으로 꼽는다. 유럽통합 경험은 한반도에 시사점이 큰 사례로 여겨지고 동남아시아 국가들 중에는 북한 활동이 활발한 국가가 많아서다.

위 의원은 “대통령이 통일 독트린에서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강조하고선 오히려 중요한 통일 외교 대상 국가인 러시아에서 통일관을 감축해 앞뒤가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북한의 두 국가 선언에 맞서 국제사회, 특히 북한과 교류가 많은 나라에 대해 남북이 한민족이며 통일이 되어야 하는 특수관계임을 설득하는 통일외교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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