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 대응" 천명한 이스라엘 재보복 시기·방식 등에 따라 중동 정세 요동
NYT "이란 석유시설·군기지 공격 가능…핵시설 공격은 美 지원에 달려"
이스라엘 남부 아라드 인근의 사막에 이란이 쏜 탄도미사일 잔해가 떨어진 모습 |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이란이 헤즈볼라, 하마스 지도자 등의 암살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스라엘에 약 200발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가하며 중동 정세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이란에 강력한 대응을 천명한 이스라엘의 재보복 시나리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그동안 이란을 상대로 공격자의 흔적이 드러나지 않는 이른바 '그림자 전쟁'을 이어온 이스라엘이 이번에는 더 강력하고 더 공개적인 직접 타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동의 앙숙인 이스라엘과 이란은 수십년간 직접 충돌을 피했다.
이스라엘은 공격자의 흔적이 드러나지 않는 '그림자 전쟁'을 통해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하거나 이란 고위 관리들을 암살해왔다. 이란은 이런 비밀스러운 공격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지만, 이스라엘은 이에 대해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이란 역시 직선거리로 1천㎞ 이상 떨어진 이스라엘을 직접 타격하지 않는 대신 가자지구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 대리 세력을 동원해 이스라엘과 무력 대치해왔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최근 이란의 최대 대리 세력인 헤즈볼라를 공개적으로 타격했고, 이란도 지난 4월에 이어 두차례나 이스라엘에 대놓고 미사일 일제사격을 단행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
이스라엘 국가안보위원회에서 이란 전략을 감독했던 전직 고위 안보 관리인 요엘 구잔스키는 "지금 우리의 상황은 이전과 다르다. 군과 국방 전문가, 분석가, 정치인들 사이에는 이란의 공격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일치된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또 텔아비브 도심 인근을 겨냥한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지켜본 이스라엘 시민들 사이에도 이제 더는 잃을 게 없으며 대리 세력을 동원해 자국을 공격하는 이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구잔스키는 "많은 이스라엘 시민은 지금이 이란에 더 큰 고통을 줌으로써 그것(대리 세력을 활용한 이스라엘 공격)을 멈추게 할 기회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강력한 대응을 예고한 이스라엘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를 실행에 옮길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6명의 이스라엘 관리와 미국 고위 관리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아직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 결정하지 않은 상태이며, 이스라엘의 대응 수위는 미국이 제공하는 실질적, 수사적 지원 수준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익명의 관리들에 따르면 유대 새해 명절인 로시 하샤나(10월2일 일몰∼4일 일몰)가 끝날 때까지는 구체적 대응 방식이 정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미국은 피해가 적다는 점을 들어 이스라엘에 자제를 촉구했지만, 이런 미국의 목소리는 이스라엘의 대응 수위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관리들은 보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번 재반격 수위는 지난 4월 이란의 첫 이스라엘 본토 공격 당시에 비해 훨씬 강력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4월 이란의 방공망에 제한적인 공격을 가했고 공격 개입 여부에 대해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당시 대응이 너무 절제된 재반격이었다고 평가한다고 미국 고위 관리들은 전했다.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번에 이란의 석유 생산 시설과 군 기지를 공격 목표로 삼을 수 있다. 석유 시설 공격은 서방의 장기 제재로 악화한 이란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고, 미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세계 석유 시장도 발칵 뒤집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이스라엘 관리들에 따르면 일부 언론에서 언급한 것과 달리 이스라엘은 아직 이란 핵시설을 타격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땅속 깊숙한 곳에 있는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하려면 미국의 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구잔스키는 "이스라엘의 대응은 모두가 보고 느낄 수 있어야 하며 이란에 상처를 입혀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난 4월처럼)레이더 기지를 다시 공격하는 정도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
이스라엘의 국민 정서가 이란에 더 강력한 대응을 용인하는 쪽으로 바뀐 가운데, 이스라엘 지도자들도 이란의 정권 교체 가능성으로 해석할 수 있는 강경한 메시지로 주목받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의 미사일 공격 직후 "오늘 밤 이란은 큰 실수를 저질렀으며 이에 대한 대가가 따를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탄력을 받았고 악의 축은 후퇴하고 있다. 이런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이스라엘 지도부의 자신감이 과도하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존재한다.
런던 킹스칼리지의 전쟁 전문가 아드레아스 크리그는 "'우리를 때리는 적을 더 강하게 때린다'는 이스라엘의 오랜 접근 방식은 이란과 같은 정권에는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이스라엘은 이란에 단기적인 피해를 유발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변화를 끌어내지는 못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에는 아직 이란 정권을 약화할 전략이 없다"고 덧붙였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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