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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이건희 컬렉션, 미국 나들이 갑니다”…K미술 알리기 벌써 설렌다는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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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스미스소니언 첫 한국 미술 큐레이터 황선우씨

현지 최대 아시아전문미술관
고려청자 등 780여점 소장

“이건희 기획전 美서 기대 커
한류 위상 미술까지 확대”


매일경제

‘이건희 컬렉션’ 대표 작품인 정선의 ‘인왕제색도’. 국립춘천박물관


미국 내 최대 아시아 전문 미술 기관인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NMAA)이 최근 황선우 씨(44)를 초대 한국 미술 전문 큐레이터로 임명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NMAA가 조성한 공동기금으로 운영되는 직책으로, 한국 미술의 해외 확산을 목표로 활동한다. NMAA의 첫 한국인 큐레이터이기도 한 황 씨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한국 미술의 세계화를 위한 새로운 도전에 설렘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며 “내년엔 ‘이건희 컬렉션’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황 큐레이터는 금융업계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안정적인 길이었지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기분이었죠.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의 열정을 불러일으킨 것은 미술이었다. “어릴 적부터 미술관이나 박물관 가는 걸 좋아했어요. 여행을 가도 현지의 박물관부터 찾아가곤 했죠. 특히 고미술품을 보면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서른을 목전에 둔 나이에 황 큐레이터는 안정된 직장을 떠나 자신의 열정을 좇는 도전에 나섰다.

황 큐레이터는 미국 시카고대에서 미술사를 전공해 석사 학위를 받고, 동국대에서 불교 미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큐레이터를 꿈꾸는 지망생들이 많지만 특히 해외에서는 그에 비해 채용하는 곳이 적어 원하는 곳에서 일하기는 정말 힘들다”면서 “솔직히 이 정도로 어려운 길인 줄 미리 알았다면 도전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며 웃었다.

매일경제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 한국 갤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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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MAA는 고려청자를 중심으로 780여 점의 한국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엔 한국 미술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큐레이터가 없어 중국·일본 미술 담당 큐레이터들이 관련 업무를 맡았다. “해외 박물관에서는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한국 소장품이 적은 편이고 인지도가 낮은 게 사실이에요. 때로는 유물에 한자가 적혀있어 한국 미술품인 줄 몰랐다고 하는 관람객도 적지 않죠.” 이어 황 큐레이터는 “최근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한국 미술로도 확대되고 있다”며 “초대 한국 미술 전문 큐레이터로서 우리 미술의 매력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황 큐레이터는 NMAA의 한국 소장품을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시와 학술·문화 행사를 기획하는 업무를 맡았다. “큐레이터는 연구자이기도 하면서 전시 기획자도 되어야 해요. 한국 미술을 미국 현지에 알리는 최선봉에 섰다는 자부심과 부담감이 동시에 생기죠.”

매일경제

황선우 큐레이터


황 큐레이터는 내년 ‘이건희 컬렉션’ 전시를 준비 중이다.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과 공동으로 주최하는 특별전에선 국보인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포함해 김홍도의 ‘추성부도’, 김환기의 ‘산울림 19–II–73#307’ 등 이건희 컬렉션 200여 점이 미국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이는 이건희 컬렉션의 첫 해외 전시다.

NMAA는 메인 전시 공간인 새클러 갤러리 지하 2개 층을 활용해 역대 최대 규모의 외부 소장품 기획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NMAA 전시 후엔 시카고미술관, 영국박물관을 순회할 예정이다. “이건희 컬렉션은 국내에서도 신드롬에 가까운 관람 열풍을 일으켰어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미국 현지에서 한국 미술의 인지도가 높아지길 바랍니다.”

NMAA는 오는 2027년 한국 갤러리를 새로 단장할 예정이다. 황 큐레이터는 “끊임없이 새로운 전시를 기획해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싶다”며 “관심이 높아지면 조선시대 회화나 현대미술 등 소장품을 다양하게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미술의 독특한 아름다움과 깊이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 제 사명”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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