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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노트북을 열며] 행복하지 못한 우리에게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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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정선언 페어런츠팀장


45.3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밝힌 2024년 대한민국 아이들의 행복지수다. 100점 만점에 50점이 채 안 된다. 한 술 더 떠 불행한 아이들도 늘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 출석한 전진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지난해 우울증 진료를 받은 7~18세 아동·청소년은 5만3000여명. 최근 5년 사이 75.8% 늘었다. 불안 장애를 겪은 아이들 역시 2만8500여명으로, 5년 전보다 93.1% 증가했다. 해외와 비교하면 더 심각하다. 세이브더칠드런의 ‘국제 아동 삶의 질 조사’(2021)에서 한국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35개국 중 31위를 기록했다.

아이만 행복하지 않은 게 아니다. 유엔 ‘세계행복보고서’(2023)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도 점수는 10점 만점에 5.951점으로 137개국 중 57위였다.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한국이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나라라는 걸 감안하면 그렇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범위를 좁히면 뒤에서 네 번째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행복한 사람은 별로 없다는 얘기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 납득이 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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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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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일상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상태다. 핵심은 ‘느낀다’에 있다. 특정한 조건을 갖춰야 행복한 게 아니라 만족과 기쁨을 느껴야 행복한 것이다. 느낌은 ‘몸의 감각이나 마음으로 깨달아 아는 기운이나 감정’을 뜻한다. 만족이나 기쁨은 신체 기관으로 감지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깨닫는 감정이다. 결국 행복은 마음먹기 달렸다는 얘기다.

궤변이 아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소냐 류보미르스키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 교수에 따르면, 행복은 세 가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유전자(50%)와 자발·의식적 행동(40%) 그리고 환경(10%)이다. 긍정적이고 밝게 태어나는 게 가장 강력한 요인이지만, 행복을 느끼도록 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행복할 결심과 노력은 직업이나 소득 같은 환경의 영향보다 훨씬 강력할 뿐 아니라 지속 가능성도 크다.

중앙일보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 시리즈 중 하나인 헬로페어런츠(hello! Parents)는 행복학자로 유명한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를 만났다. 그는 “비교하는 성향이 강할수록 소득이나 지위 같은 경제적 성과는 크지만, 삶의 만족도는 낮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경제 규모 10위권의 선진국이 됐지만,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대한민국의 현실이 겹쳐 보였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특정 조건이 아니라 행복할 결심과 노력 아닐까.

정선언 페어런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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