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만 장 초파리 뇌 단면 활용…다양한 뉴런 연결 관찰 가능"
프린스턴대 연구진이 구축한 초파리 성체 뇌 신경망 3D 지도(Credit: Tyler Sloan and Amy Sterling for FlyWire, Princeton University)/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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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진이 초파리 성체의 뇌 지도를 완성했다. 1982년 완성된 예쁜꼬마선충 뇌 지도 이후 나온 두 번째 생물 성체의 뇌 지도다.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 '뉴런' 연결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 알츠하이머 등 신경망 퇴행·손상을 연구하는 기반이 된다.
배준환 서울대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원에 따르면 3일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초파리 뇌를 구성하는 약 14만 개 뉴런과 수천만 개의 시냅스를 디지털 그래픽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과거엔 302개 뉴런으로 이뤄진 예쁜꼬마선충 뇌와 3000개의 뉴런을 가진 초파리 유충 뇌가 지도화됐다.
이들은 초파리 뇌 단면 2100만 장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3D 뇌 지도를 만들었다.
배 연구원은 "초파리 뇌를 굉장히 얇은 두께로 자르면 40~50나노미터(㎚) 두께 샘플들이 나온다"며 "전자현미경으로 단면을 촬영한 뒤 이미지가 3D 그래픽이 되게끔 쌓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쌓는 과정에서 복잡한 뉴런, 시냅스 연결을 살리는 데 시간이 많이 들지만 AI 보정으로 4년 만에 작업을 마무리했다"며 "인간의 후 처리 작업으로 불완전한 복원을 마무리하고 각 세포 유형을 라벨링했다"고 덧붙였다.
승현준 프린스턴대 컴퓨터과학과 교수 및 신경과학과 겸임교수는 "AI 없이 한 사람이 이 프로젝트를 다 하는 데 5만 년이 걸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업 기반이 된 것은 연구자들이 만든 '플라이와이어'라는 협업 플랫폼이다. AI 기능 지원뿐 아니라 여러 사용자가 데이터 세트를 동시 수정할 수 있다.
완전한 지도 이전에는 형광물질로 뇌 일부를 표적한 뒤 이를 추적하는 제한적 범위의 실험만이 가능했다. 신경망 전체 지도는 멀리 떨어진 뉴런 간 연결이나 상호작용을 살필 수 있어 더욱 정교한 연구가 가능하다.
말라 머시 프린스턴대 신경과학과 교수는 "뇌의 기능은 뉴런이 다른 뉴런과 어떻게 연결됐는지, 또 얼마나 강한 연결인지에 따라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지도가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뇌 질환, 약물 감수성 등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들은 "학습, 생체 리듬 관여 유전자 등 인간 유전자의 약 70%를 초파리도 보유하고 있다"며 "카페인이나 알코올 반응도 유사한 데다 우리와 동일한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 아세틸콜린, 도파민을 분비한다"고 말했다.
뇌에 영향을 끼치는 약물 실험, 신경망 퇴행을 연구할 때 초파리 뇌 지도를 활용하는 게 가능하단 의미다.
배 연구원은 "신경망 회로가 어떤 방식으로 망가지는지나 기억 손실의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연구에도 쓰일 수 있을 것"이라며 "특정 질병이나 약물에 취약한 유전자 변형 초파리를 활용한다면 연구를 더 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legomast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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