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햅쌀밥이 맛이 좋은 이유는 처음 수확한 곡식이라는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여기에도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쌀은 도정 후 7일이 지나면 산화가 시작되며, 15일이 지나면 맛과 영양이 줄어든다. 또한 쌀의 수분이 16%일 때 밥을 지으면 가장 맛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갓 수확해서 도정했을 때의 수분이 그 정도라고 한다.
김구태 농협경주교육원 교수 |
역사적으로 보면 옛날에는 훨씬 더 많은 쌀을 소비했었다. 조선 후기 기록에 따르면 성인 남성이 한 끼에 쌀을 섭취하는 양은 약 420㎖이고, 당시의 밥그릇 높이는 9㎝, 지름은 13㎝ 정도였다고 한다. 반면, 오늘날 밥그릇의 용량은 일반적으로 290㎖에 불과하다. 이는 오늘날 사람들이 한 끼에 쌀을 조상보다 3분의 1 정도 먹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몇 년간 한국의 쌀 소비량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3년 1인당 쌀 소비량은 56.4㎏, 하루 소비량으로 환산하면 154g, 즉 쌀 한 공기 반 정도에 불과하다. 쌀을 덜 먹게 된 이유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다. 먼저 육류 소비가 늘어 쌀 소비량보다 많아졌다. 또 샐러드, 샌드위치 등 간편 식품을 선호하는 것도 쌀 소비가 줄어든 원인이다. 또한 탄수화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있다.
쌀은 흔히 탄수화물 공급원으로만 알려졌지만, 칼슘, 철, 마그네슘 등 필수 미네랄을 상당량 함유하고 있어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하다. 이외에도 쌀은 단백질과 지방을 제공한다. 또한 세포 에너지 대사에 중요한 비타민B가 풍부하다. 비타민B가 부족하면 만성피로를 유발할 수 있는데, 특히 비타민B2(리보플라빈)가 면역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식습관의 서구화로 쌀 섭취량이 감소하고 있는 반면에 미국에서는 건강식으로 쌀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밀가루로 만든 빵 등에 비해 항암효과, 비만 등 성인병 예방에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쌀은 체내에서 콜레스테롤과 혈압상승 억제 효과가 있어 당뇨병 환자에게 좋다고 한다. ‘밥은 곧 탄수화물이고 살이 찐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쌀에 포함된 당질은 에너지 소비에 우선적으로 사용되어 오히려 비만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2019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특히 아침 쌀 소비량 감소율이 점심, 저녁 소비량 감소율의 두 배인 6.4%로 나타났다. ‘밥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황금들판의 자연이 주는 선물 ‘햅쌀밥’으로 하루를 시작하며 건강을 가꿔보길 권해본다.
김구태 농협경주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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