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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란,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180기 발사 ‘보복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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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미사일 90% 목표물 명중”

이스라엘 “대부분 격추, 공격 실패”

‘재보복’ 예고…중동 정세 안갯속으로

경향신문

1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후 예루살렘 상공에 발사체가 관측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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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이스라엘 영토를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대거 발사하는 ‘보복 공격’을 1일(현지시간) 단행했다. 최근 이스라엘이 이란을 주축으로 한 반이스라엘 연대 ‘저항의 축’을 연거푸 때리며 이란을 압박해온 상황에서 대응 수위를 저울질해오던 이란이 결국 군사 행동에 나선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공격이 실패했다고 밝혔으나, 이스라엘이 ‘재보복’을 천명하며 중동지역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점령지(이스라엘) 중심부에 있는 중요한 군사·안보 목표물을 표적으로 탄도미사일을 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란이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이 폭격당한 것에 대응해 지난 4월 이스라엘 본토를 무인기(드론)와 순항미사일 등으로 공습한 지 약 6개월 만에 이뤄진 공격이다.

외신들은 목격자를 인용해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등에서 폭발음이 연쇄적으로 들렸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후 7시30분쯤 미사일 발사 사실이 포착되자 이스라엘 전역에 공습 사이렌을 울리고 방공호로 대피할 것을 명령했다. 공습은 약 30분간 지속됐으며, 공습경보가 발령된 지 약 1시간이 지난 후 대피령이 해제됐다.

텔아비브에 위치한 벤구리온 국제공항은 이착륙이 일시 중단됐고 요르단, 이라크 등 인접국도 영공을 폐쇄했다. 이란도 2일 오전 10시까지 자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모두 취소했다.

다만 이란의 미사일은 이스라엘 방공망에 대부분 격추되며 대규모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현지 언론들은 텔아비브에서 미사일 파편에 맞아 2명이 경상을 입었고,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 1명이 미사일 파편에 사망했다고 전했다.

혁명수비대는 이번 공격이 지난 7월 말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피살된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야, 지난달 27일 레바논에서 폭사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와 이란 혁명수비대 작전 부사령관 아바스 닐포루샨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며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이 이란의 작전에 반응하면 더 압도적인 공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이란은 하니야가 자국 수도 한복판에서 암살되자 이스라엘에 강력한 보복을 예고했으나, 2개월이 넘도록 이를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이에 이란이 이스라엘의 암살에 대응은 해야 하지만 확전을 피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최근 레바논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하마스, 예멘 후티 등 친이란 ‘대리세력’들을 연거푸 공격하며 이란을 압박해오자 결국 이날 군사 행동에 나섰다. 이스라엘은 이 주째 레바논에 강도 높은 폭격을 퍼붓는 한편 이날 새벽엔 레바논에 국지적인 지상전을 개시했다.

이란 국영 IRIB 방송은 이날 오후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은 총 200기에 달하며, 이란의 극초음속미사일 파타-1이 사용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3개 군사기지와 해외 정보기관인 모사드 본부가 표적이 됐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미사일 약 180기를 발사했으며, 이스라엘 방공망이 미사일을 대부분 격추했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안보회의에서 “이란의 공격은 실패했다”며 “세계에서 가장 첨단인 이스라엘의 방공 체계 덕분에 그 공격은 저지됐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이 오늘 밤 큰 실수를 저질렀고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재보복’을 예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이란의 공격은 격퇴됐으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것은 이스라엘군 및 미군의 능력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분명히 말하는데 미국은 이스라엘을 완전하게 지지한다”면서 향후 대응에 대해선 “현재 활발하게 논의 중이며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 이란의 공격이 ‘실패’했다고 선언했으나, 이번 공격 규모와 수위가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처음 타격했던 지난 4월과는 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란은 지난 4월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72시간 전 주변국에 공격 사실을 미리 통보해 대비할 시간을 벌어주는 등 확전으로 치닫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전 통보가 없었으며, 미국이 공격 3시간쯤 전 이란의 공격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드론과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던 4월과 달리 이번에는 비행시간이 12분 정도로 훨씬 빠른 탄도미사일을 먼저 발사한 것 역시 달라진 부분이다.

또 이란은 4월 첫 공격 당시엔 네게브 사막의 군사기지 등을 겨냥했으나, 이번에는 텔아비브 외곽의 모사드 본부 등 인구밀집 지역도 표적이 됐다. 이런 점 때문에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이번 공격을 이란의 ‘선전 포고’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이스라엘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미국은 이번 이란의 공격 규모가 4월의 두 배에 달했다고 밝혔다.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무기 전문가인 톰 카라코는 4월 공격과 비교해 “더 많은 미사일이 (이스라엘 방공망을) 뚫은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영국 가디언은 “사상자가 적었음에도 이란이 도시를 겨냥했다는 점은 이스라엘의 향후 대응에 결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향후 이란의 핵 시설을 타격하는 등 훨씬 더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 신문은 이번 이란의 공습으로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을 이란과의 전쟁에 끌어들여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파괴하겠다는 오랜 야망에 상당히 가까워졌다”고 평가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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