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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하정우의 AI 대혁명] AI의 세 번째 겨울? 오히려 지금은 과소 투자를 경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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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AI 위기론 핵심은 투자 규모에 비해 매출이 약하다는 점

다행히 기업의 AI 사용료 갈수록 저렴… GPT 4o는 단위당 2불

거품론 언급하기엔 혁신 극초기일뿐… 한국, 성장 기회 잡아야

조선일보

그래픽=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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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오고 있다.” 몇 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주인공 가문의 위기를 표현한 유명한 대사이다. 그런데 올해 하반기에 들어서며 글로벌 미디어와 일부 벤처캐피털을 중심으로 AI 위기론을 제기하며 “제3의 AI 겨울이 오고 있다”라는 대사가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삼일PwC 경영연구원 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AI 시장은 2030년까지 18조5000억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는 2032년까지 전 세계 생성형 AI 시장을 1조3000억달러 규모로 예상한다. 이렇게 장밋빛 전망 가운데 AI 위기론은 어디에서 온 걸까?

AI 위기론의 중심에는 AI 분야의 유명 벤처캐피털인 세콰이어 캐피털에서 지난 6월에 공개한 보고서가 있다. 이 보고서는 최근 GPU(그래픽처리장치) 등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2024년 말 6000억달러의 매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OpenAI의 매출도 상반기 약 35억달러에 불과하며 다른 기업들은 모두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므로 올해 말에 거품이 터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물론 철도의 예를 들어 인프라 투자는 초기에 집중되고 이후에는 부담이 덜하다는 반론도 있으나, 이에 대해 보고서 작성자는 철도와 같은 인프라와 달리 AI 인프라는 교체 주기가 훨씬 짧아 감가상각 규모가 크고 지속적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므로 일반적 인프라와 다르다고 주장한다.

이런 AI 위기론 속에 추석 연휴 기간 모건스탠리가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 HBM의 성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낮추는 매도의견 보고서를 공개한 것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그 직후 미국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의 6~8월 어닝 서프라이즈는 모건스탠리 분석을 무색하게 했지만 위기론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

그래픽=이철원


그러면 정말 AI의 겨울이 올까? 필자의 의견은 “아니다”이다. 먼저 현재의 AI 상황은 지난 두 번의 겨울과 전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AI 역사에서 1960년대 후반 첫 번째 겨울, 1990년대 두 번째 겨울 모두 AI의 기술적 한계 때문에 시장이 형성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 챗GPT를 포함한 생성형 AI는 글쓰기, 그림 그리기, 영상 제작, 프로그래밍 등 사람들의 업무에 있어서 강력한 보조도구로서의 효과가 검증되어 기업들과 개인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잘못된 정보를 만들어내는 환각 문제 또한 검색엔진을 활용한 정답 기반 기법 등 대안이 나오고 있다. 최근 OpenAI에서 공개한 o1은 강화된 추론능력으로 사람처럼 문제가 주어지면 심사숙고해서 더 정확한 결과를 만들어 내어 박사학위 소지자 수준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IQ가 인간 평균보다 높은 무려 120에 달하여 전문가 업무 보조 도구로도 활용 가능하다.

결국 현재 AI 위기론의 핵심은 투자 규모 대비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지 않는다는 점인데 그 이유는 AI의 가격 대비 제공하는 가치가 낮다는 인식 때문이다. 즉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가격은 100원인데 50원 정도의 값어치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가를 낮추고 더 비싼 가치를 가진 AI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먼저 원가 측면에서 기업의 생성형 AI 모델 사용료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것이 고무적이다. 올해 3월 GPT-4의 100만 토큰당 가격이 36달러였던 것에 비해 음성, 영상까지 처리가능한 더 똑똑한 GPT-4o 의 가격은 8월에 2달러로 훨씬 저렴해졌다. 챗GPT-4o-미니나 구글의 제미나이 플래시(flash)와 같은 작은 모델들은 거의 가격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다. 학습 대신 추론에 특화된 저전력 AI 반도체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 비용은 훨씬 더 감소할 수 있다. 가격이 싸지면 더 많은 시도를 통해 혁신적 제품이 나올 가능성도 높아진다. 네이버가 저전력 AI 반도체 기술을 자체 연구개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AI가 더 비싼 가치를 가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AI 개발사와 AI를 도입하는 기업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많은 사람들의 투입이 필요하거나 시간이 많이 필요한 작업, 혹은 시간당 인건비가 큰 과업을 AI를 통해 자동화하면 가치가 커진다. 그런데 해당 업무가 AI 기술로 자동화가 가능한지 판단하는 것은 AI 전문가들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자동화할 수 있는 업무의 대표적인 예가 코딩이다. 특히 개발자 채용이 어려운 전통 산업의 IT부서에 코딩AI는 큰 가치를 갖는 생산성 향상 도구다. 동일한 업무에 대해 AI 도구를 활용할 때 업무 완료 시간이나 투입 인력 감소 등 실제 생산성 향상 정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한다면, 고객 기업 경영진의 투자 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런 원가와 가치 문제를 풀면 빠른 AI 수익실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챗GPT가 공개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거품론을 언급하기에는 생성형 AI가 불러온 혁신은 극초기에 불과하며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산업과 사회에 확산되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릴 뿐이다. 최근 구글, 메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CEO들의 주장처럼 초기 기술적 가능성은 확인했으나 사업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과대 투자보다 과소 투자의 위험성이 훨씬 크기 때문에 좀더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이 더 설득력이 있다. AI에 겨울이 오는 것이 아니라 과도했던 AI 기대치가 현실화되는 과정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좀 더 긴 호흡으로 대응하되 빠른 산업 확산을 통해 우리의 성장 기회로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AI의 겨울

인공지능에 대한 자금과 관심이 감소하는 기간. 1969년 AI의 핵심 동력이었던 인공 신경망 모델의 한계로 ‘제1의 겨울’이 시작됐다. 이후 1980년대에는 전문가 시스템이 AI의 핵심 기술로 기대를 모았으나 유지 비용과 실질적 응용의 한계로 투자 규모가 줄었고, 1990년대부터 ‘제2의 겨울’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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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센터장·과실연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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