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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한국과 웃으며 악수해 잘렸던 남자, 日 외교수장으로…이시바 새 내각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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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102대 총리 공식선출

관방장관에 하야시 유임
무파벌 10명 차지해 최다

당내 기반 약한 ‘비주류’
내각보다 당으로 축 이동
스가·기시다 역할론 주목


매일경제

이시바 시게루 신임 일본 총리(가운데)가 1일 도쿄 총리관저에 들어가고 있다. 앞서 그는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 본회의에서 열린 총리 지명 선거에서 각각 과반 표를 얻어 무난하게 102대 총리로 공식 선출됐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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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년간 일본을 이끌어 온 기시다 후미오 내각에 이은 일본의 새로운 정권인 이시바 시게루 내각이 공식 출범했다. 일본 제102대 총리로 선출된 이시바 총리는 새로운 내각 인사를 발표하며 일본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내각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1일 일본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은 임시국회를 열고 지명 선거를 통해 이시바 자민당 총재를 총리를 선출했다.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은 각각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과반이 넘는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선출 절차는 순조롭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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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총리는 임시국회 직후 총리공관에서 19명의 내각 인사를 발표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격인 관방장관에는 구 기시다파이자 총재선거에도 출마했던 하야시 요시마사 현 관방장관이 유임됐다.

한일 관계에 중요한 인물인 외무상에는 이시바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이와야 다케시 전 방위상, 방위상에는 나카타니 겐 전 방위상이 각각 기용됐다. 이들은 ‘국방족’으로 불리며 역시 방위상을 지낸 이시바 총리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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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야 다케시 외무상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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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이와야 외무상은 한일관계가 악화일로에 있던 2019년 6월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웃는 얼굴로 악수한 것이 일본 내에서 논란을 낳아 결국 경질됐다. 하지만 그는 같은 해 9월 방위상 퇴임 전 “한일 양국이 외교적으로는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안보에서는 한일·한미일 연대가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과 안보 협력 강화를 강조한 바 있다.

총무상에는 무라카미 세이이치로 전 행정개혁상, 농림수산상은 오자토 야스히로 총리 보좌관, 디지털상은 다이라 마사아키 자민당 홍보본부장 대리, 경제재생상은 아카자와 료세이 재무성 부대신이 각각 임명됐다. 이들은 이시바 총재가 선거에 입후보했을 때 추천인 20명에 포함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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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세이이치로 총무상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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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총무상은 2022년 아베 전 총리 피살 후 국장 거행을 둘러싼 논란이 일자 “(아베는) 재정, 금융, 외교를 너덜너덜하게 만들었다”며 “국적(나라를 망친 역적)”이라고 비판해 당으로부터 1년 당직 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는 인물이다. 그만큼 구 아베파로서는 용서하기 어려운 인물이 내각 주요 보직을 맡게 된 것이다.

재무상에는 대장성(현 재무성) 관료 출신으로 관방장관과 후생노동상 등을 지낸 가토 가쓰노부가 임명됐다. 공명당 몫으로 분류되는 국토교통상에는 현 사이토 데쓰오가 유임됐다.

신임 각료 중 여성은 아베 도시코 문부과학상과 미하라 쥰코 저출산(가족)정책상 등 2명이다. 기시다 내각 때는 5명이었는데 숫자가 줄어든 것이다.

이 밖에 후쿠오카 다카마로 후생노동상, 마키하라 히데키 법무상, 사카이 마나부 국가공안위원장, 아사오 게이이치로 환경상, 이토 다다히코 부흥상, 오자토 야스히로 농림수산상, 무토 요지 경제산업상, 이토 요시타카 오키나와·북방영토 담당상 등이 내각을 이름을 올렸다.

NHK는 과거 파벌 기준으로 무파벌이 10명으로 가장 많고 아소파와 구 모테기파, 구 니카이파가 각각 2명이라고 보도했다. 구 기시다파와 구 모리야마파, 공명당 등이 각각 1명이다. 기존 최대 파벌인 아베파 소속 의원은 없다. 2021년 기시다 내각 출범 당시 무파벌 각료는 3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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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내각을 해산하고 총리 공관을 떠나는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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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시바 시게루 내각 출범을 계기로 정권의 삼두체제가 기존 ‘기시다·아소·모테기’에서 ‘스가·모리야마·기시다’로 바뀌었다는 견해가 일본 집권 자민당 내에서 나온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닛케이는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한 이시바 총리가 당 간부·각료 인사에서 자신을 지지해 줬던 진영을 배려하고, 결선 투표에서 겨뤘던 극우 성향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 측을 포섭하지 못하면서 이러한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러한 현상이 심화될 경우 정권이 ‘단명’으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앞서 기시다 후미오 내각 초기에는 기시다 총리를 필두로 중진이자 주요 파벌 수장이었던 아소 다로 전 총리, 모테기 도시미쓰 의원이 모여 중요한 사안을 결정했다.

반면 이시바 정부에서는 이날 물러나는 기시다 총리는 물론 총리 출신 스가 요시히데 자민당 부총재, 모리야마 히로시 당 간사장이 새로운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는 것이 현지 언론의 대체적 분석이다.

기시다 정권에서 자민당 총무회장을 맡다가 전날 당의 실질적 2인자인 간사장으로 취임한 모리야마 의원은 이시바 총재가 오는 27일 총선거를 치르도록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는 “이시바 총재는 11월 10일 선거 일정을 유력하게 검토했다”며 “선거를 서둘러야 한다는 스가 부총재와 모리야마 간사장 조언을 바탕으로 이달 27일로 선거를 앞당겼다는 의견이 당내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닛케이는 “삼두체제 3명 중에 이시바 총재 이름이 없다”며 “당 간부와 각료 인사를 보면 정권 운영 주도권이 총리관저에서 당으로 이동하는 조짐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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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마지막 각의(국무회의)를 위해 회장으로 들어가고 있는 기시바 후미오 총리(가운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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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온건파 비주류로 당내 탄탄한 인맥을 구축하지 못한 이시바 총재가 당 간부직을 맡은 중진들에게 의존하면서, 정부가 아닌 당이 정권 운영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다.

당 융화를 위해 이시바 총재는 다카이치 측과 대립하면서도 결선 투표에서 다카이치 의원을 밀었던 아소 전 총리는 당 최고 고문으로 임명하고, 아소 전 총리 처남인 스즈키 슌이치 의원을 당 총무회장으로 앉혔다.

하지만 아소 전 총리는 전날 자민당 임시 총무회의 이후 진행된 새 집행부 사진 촬영에 동참하지 않는 등 이시바 총재와 미묘한 거리감을 보인다고 마이니치신문은 분석했다.

한편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부는 1일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총재가 일본의 제102대 내각총리대신으로 선출되고 새 내각이 출범한 것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일 양국이 최근 활발한 셔틀외교를 포함해 정상 간 신뢰를 기반으로 폭넓은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이시바 신임 총리 및 새 내각과 긴밀히 소통하는 가운데 한일 양국 간 안보, 경제, 글로벌 어젠다 등 모든 분야에서 한 단계 발전된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기 위해 일본 정부와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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