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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곱씹어봐야 할 임종석의 ‘두 국가론’ [2030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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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뉴웨이즈 매니저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한국일보

1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9·19평양공동선언 6주년 광주 평화회의 2세션 '두 개 국가론과 새로운 통일구상' 포럼이 열리고 있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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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하지 말자”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언이 가져온 후폭풍은 거셌다. 국민의힘은 즉각 “북에 굴종하자는 것”(안철수 의원)이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더불어민주당은 “헌법 정신에 위배되고 당 강령과 맞지 않는 주장”(이해식 당대표 비서실장)이라고 빠르게 선을 그었다. 임 전 실장은 ‘두 국가론’을 제기한 이후 사방에서 두들겨 맞는 신세가 됐다. 보수‧진보를 막론한 정치인 대부분이 그의 주장에 반기를 들었다.

개인적으로 그의 기존 사상이나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동의하지 않는다. 북한이 서해상에서 우리나라 공무원을 쏴 죽여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째로 폭파해 버려도 찍소리 못 하던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서로 다른 두 국가로 사는 방안도 고려해 보자는 주장을 단지 임종석이 했다고, 또 하필 그게 북한 김정은이 했던 말과 유사하다고 무조건 배척해선 안 된다고 본다. 통일이라는 이상을 좇기엔 현실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두 국가론’을 비판하는 정치인들은 북한 땅이 헌법상 대한민국 영토임을 강조한다. 맞다. 헌법상 평양도 우리 땅이요 신의주도 우리 땅이다.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도 우리 국민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겐 통일 후 지금 우리가 누리는 것과 같은 수준의 교육과 복지를 그들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도 생긴다. 이를 위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두 국가론’을 비판하는 국회의원들이 당당하게 말한다면 ‘통일론’에 찬성하겠다. 하지만 표 떨어질 게 무서워 자기 지역구에 임대주택 늘리고 특수학교 하나 더 짓는 일도 제대로 못 하는 이들이 그런 짐을 짊어질 거라 보지 않는다. 수대(代)를 다른 체제에서 살아온 이들을 한 사회에 묶어 발생하게 될 정치ㆍ사회적 갈등은 어떻게 풀어나갈 건가. 고작 한 세대의 남녀 갈등도 해결하지 못하는 국회가 그런 큰 난제를 풀진 못할 것이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지난해 공개한 ‘2023 통일의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다’는 국민은 2007년 63.8%에서 2023년 43.8%로 16년 만에 20%포인트나 줄었다. 반대로 ‘필요 없다’는 같은 기간 15.1%에서 29.8%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이러한 경향은 2030세대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분단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르며 한민족이라는 의식이 옅어진 것과 함께 통일로 감당해야 할 막대한 정치‧경제적 부담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사실 같은 민족이기에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요즘 같은 시대에 적합한 건지도 모르겠다. 앞의 보고서에서도 ‘같은 민족이니까’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과거엔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줄어들고 있는 걸로 나타났다.

통일에 찬성하는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도 공통으로 염원하는 건 있다. 바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다. 거기에 더해 극심한 기아와 인권탄압으로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삶이 지금보다 나아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정상적인 국가관계로 거듭나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서로 다른 국가가 되는 것도 고려해봄 직하지 않나. 뭐든 통일이라는 지상 과제에 묶여 한 발짝도 못 뗀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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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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