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넘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북부사령부 소속 탱크부대가 레바논 남부 헤즈볼라 근거지를 공격하기 위해 접경지에서 진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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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레바논 국경을 넘어가는 지상전을 전개하면서 사실상 반미·반이스라엘을 내걸고 있는 친이란계 '저항의 축'에 대한 전면전에 나섰다. 1년 전 하마스의 테러 이후 이스라엘군이 내놓은 3단계 대응 방안에서 1·2단계인 하마스 해체와 숨은 저항세력 제거에 이어 3단계인 새 안보체제 구축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수장 암살 작전을 '새 질서(New Order)'라고 표현한 것과 일치되는 전략이다.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레바논과의 국경(블루라인)을 넘어 제한적인 지상전을 시작했다. 가자지구 전쟁 1년 만이자, 2006년 벌어졌던 제2차 레바논 전쟁 이후 18년 만이다. 지휘관들이 차례로 암살됐지만 친이란계 저항의 축 중 가장 강력하고 최대 병력 6만명을 자랑하는 헤즈볼라인 만큼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전투가 예상된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지상작전에 앞서 국경지역을 '군사제한 구역'으로 선포하고 대피 명령을 내린 뒤 집중 포격한 후 지상군을 투입했다. 이스라엘은 공군 전투기와 후방 포병부대를 동원해 지속적인 공습을 가하면서 국경지대의 지상군 투입을 지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군이 북부에 수천 명의 지상군을 집결시켰으며 탱크와 장갑차를 최소 120대 이상 집결시킨 만큼 향후 대규모 공격을 벌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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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 측은 1일 0시를 기해 국경지대 아다이시트·크파르켈라 등 마을에서 이스라엘군이 나타났으며 레바논 민병대가 이스라엘군을 공격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헤즈볼라 2인자 셰이크 나임 카셈은 "이스라엘이 지상 공격을 원한다면 저항 세력은 준비가 돼 있다"면서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대항해 국경지대에서 주요 부대를 5㎞가량 뒤로 물린 뒤 방어전을 준비하고 있다. 레바논은 계속된 공습으로 전날에만 95명이 사망하고 172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헤즈볼라는 이날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 위치한 정보기관 모사드 본부를 미사일로 공격했다. 이에 이스라엘 측이 미사일 3~4발을 격추했지만 1발이 인근 도로에 떨어져 부상자 2명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즈볼라와 달리 레바논 정부는 휴전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국경에서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2006년에 만들어진 결의안 1701호를 이행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전력을 후방으로 후퇴시켜 휴전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AP통신은 이스라엘이 압도적인 공군력을 가지고 있지만 헤즈볼라는 레바논 안방이자 진지를 구축한 접경지에서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접경지 일대는 1982년 제1차 레바논 전쟁 때부터 40년 이상 크고 작은 분쟁이 일어난 곳으로, 레바논와 이스라엘 모두 일방적인 승리 없이 막대한 피해를 입은 바 있다. 2006년 2차 전쟁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통해 양측 군대를 국경 30㎞ 밖으로 물리기로 했지만 양측은 결의안대로 철수하지 않고 접경지에서 공방을 이어왔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전방위 전쟁 확대에도 지지 의사를 보냈다. 이날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협의하고 전폭 지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갈란트 장관과 이스라엘의 작전에 대해 협의했다"며 "나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지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미군은 확전에 대비해 중동지역 파병을 늘릴 방침이다. 3000여 명을 추가 파병해 4만3000명으로 늘린다는 복안이다. AP통신은 미군이 F-15E, F-16, F-22 전투기, A-10 공격기 등 비행대대와 지원 인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지상전이 전개됨에 따라 레바논에서는 피란 행렬이 급증하고 있다.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는 전날 엑스를 통해 레바논을 떠나 시리아로 넘어간 난민 수가 10만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유럽 등 각국에서도 레바논 내 자국민 대피에 나섰다. 독일은 먼저 비행기를 보내 대사관 인력과 교민 110여 명을 대피시켰고, 프랑스는 해군함대를 레바논에 파견하기로 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는 항공편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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