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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외식 대신 집밥" 그로서리 메인에 깔았다…대형마트 불황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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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는 지난달 경기도 용인에 있는 이마트 죽전점을 ‘스타필드 마켓 죽전’으로 재개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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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가 그로서리(식료품) 상품군 강화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쿠팡, 알리익스프레스 등 이커머스 업체의 약진으로 대형마트를 찾는 발길이 뜸해지자 신선도가 중요한 식료품을 중심으로 매장을 재편해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는 식료품 특화 매장을 확대하고 온·오프라인 그로서리 사업을 통합하는 등 그로서리 경쟁력에 초점을 두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식료품도 온·오프 시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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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잠실점 내 농산 매장 전경. 사진 롯데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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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은 1일 롯데마트·슈퍼 사업부와 이커머스 사업부 내 e그로서리 사업 조직을 통합한다고 밝혔다. 마트, 슈퍼, 창고형 할인점 등의 오프라인 그로서리 사업을 담당하던 롯데마트가 온라인 롯데마트몰의 식료품 수급도 담당하게 된 것이다. 이커머스 사업단이 영국 오카도와 추진해온 통합 솔루션 구축 작업도 롯데마트로 이관된다.

오프라인 매장 없이 온라인으로만 식료품을 판매하는 오카도는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 IT(정보기술)를 활용해 수요를 예측하고 배송 처리 속도를 높이는 등 물류 효율을 향상시켰다. 오카도의 식품 폐기율은 약 0.4%로 국내 대형마트와 슈퍼의 10분의 1 수준이다. 롯데쇼핑은 지난 2022년 11월 오카도와 협약을 체결하고 포장·배송·배차 등의 시스템에 스마트 플랫폼(OSP)을 도입하기로 했다. 내년 수도권과 부산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전국 6곳에 오카도 플랫폼을 적용한 자동화 물류센터(CFC)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 내년 상반기 차세대 e그로서리 앱을 선보이고 고객 데이터 분석에 따른 개인별 맞춤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해 온라인 식료품 쇼핑의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다. 배송차량은 100% 냉장 차량으로 운영하고 국내 최고 수준의 콜드체인 시스템(저온 물류체계)을 구축해 상품의 신선도를 최대한 유지하겠다는 목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신선식품을 비롯한 그로서리 상품은 신선도와 품질이 핵심 경쟁력”이라며 “상품의 상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오프라인 채널의 신뢰도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오프라인 중심으로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을 통합해 수익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이번 통합의 목적”이라며 “매입 규모 확대에 따른 상품 조달력을 높이고 상품 운영과 마케팅 측면에서도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로서리 특화 매장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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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경기도 용인에 있는 이마트 죽전점은 ‘스타필드 마켓 죽전’으로 재개장했다. 스타필드 마켓 죽전의 정육코너 모습. 사진 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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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들은 그로서리 특화 매장을 구축하는 등 식료품 쇼핑 수요를 집중 공략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8월 죽전점 매장을 ‘스타필드 마켓 죽전’으로 재개장하며 그로서리 강화 매장으로 개편했다. 온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공산품 품목을 줄인 대신 신선식품과 도시락·샌드위치 등 델리 상품을 140여종 추가해 매장 전면에 배치했다.

이곳의 축산 매대(33m)와 회 코너(15.3m)는 전국 이마트 중 가장 규모가 크다. 화식한우, 바비큐, 참다랑어 등 프리미엄 축산·수산물과 가성비 덩어리육 등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을 고루 배치했다. 그 결과 과일(22%), 채소(27%), 델리(37%)를 비롯해 축산(15%), 수산(39%) 등 그로서리 품목이 모두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거뒀다.

지난해 12월 말 재개장한 ‘롯데마트 그랑 그로서리 은평점’도 식료품 전문 매장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판매 품목의 90% 이상을 식품으로만 채웠는데, 올해 2분기 매출과 방문 고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0% 늘었다.

홈플러스도 초대형 식품 전문 매장을 목표로 기존 매장을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으로 리뉴얼하고 있다. 지난 2022년 2월 인천 간석점을 시작으로 지난달 대구 칠곡점에 31번째 메가푸드마켓을 선보였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메가푸드마켓으로 단장한 지 1년 이상 된 매장의 경우 재개점 첫해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늘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세상 모든 맛이 다 있다’는 콘셉트에 따라 마트의 본질인 먹거리와 신선식품 구색을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식품으로 활로 찾는 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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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강서점에서 홈플러스 관계자들이 ‘당당 허브후라이드치킨콤보’와 ‘홈플식탁 갈비왕 오븐치킨’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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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는 불황이 지속되면서 외식 대신 집에서 식사를 하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신선식품뿐 아니라 치킨, 피자, 짜장면 등 델리·PB(자체브랜드) 상품군에서 즉석식품과 간편식품 품목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당일에 매장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델리 상품은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과 마찬가지로 이커머스보다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강점을 가진 품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초저가로 선택이 갈리는 공산품과 달리 식품은 맛과 신선도, 품질이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이 경쟁력을 가진 분야”라며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대형마트들은 부실 점포를 정리하고 그로서리 특화 매장을 확대하는 데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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