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1 (화)

[단독]당정, 지원 줄인 ‘중기 청년지원’ 잇단 발표…생색내기용 사업 논란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당정 발표한 ‘중기 저축공제’ 정책

문 정부 ‘청년내일채움공제’와 비슷

재정 투입은 줄여서 ‘새 포장’ 발표

경향신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 취업지원 대책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와 국민의힘이 최근 ‘중소기업 청년 지원’을 위한 명목으로 과거와 비슷한 정책을 내놓으면서 정부 예산 지원은 쏙 빼고 생색내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여당은 중소기업 재직 청년들의 목돈 마련을 돕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제도의 예산을 10분의 1로 삭감하는 등 사실상 폐지해놓고, 이와 비슷하면서 혜택만 축소한 제도를 이달부터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청년 정책이 ‘냉온탕’을 오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여당이 지난달 24일 당정협의회에서 청년 취업 지원 대책으로 10월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중소기업 재직자 우대 저축공제(이하 중소기업 저축공제)’ 사업을 뜯어보면, 이는 정부가 올해 사실상 폐지하기로 한 ‘청년내일채움공제’와 성격이 비슷하다.

두 사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재정 투입 여부다. 기존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기업 취업 청년이 300만원을 저축하면, 기업이 300만원, 정부가 600만원을 지원해 총 12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해주는 제도다.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6년 도입됐고, 문재인 정부 들어 확대됐다.

이번에 당정이 새로 발표한 제도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청년이 월 10만~50만원을 저축하면 기업이 납입금의 20%를 추가로 지원하고 은행이 1~2%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정부의 예산 투입 없이 정부는 기업 납입액에 대한 소득세·법인세 감면 혜택만 준다. 당정은 기존제도보다 정부의 지원이 줄어드는 데도 ‘청년 지원’ 사업으로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청년들이 받는 혜택도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예를 들어 청년내일채움공제는 가입자가 300만원을 내면 2년 뒤 900만원을 더한 1200만원(이자 미포함)을 돌려준다면, 중소기업 저축공제는 600만원을 내면 5년 뒤 205만원을 더한 805만원을 돌려준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존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은 현 정부 들어 사실상 폐지를 결정하면서 관련 예산이 대폭 쪼그라들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공개한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내년 고용보험기금과 일반회계에서 지원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은 294억원으로 올해(2395억원)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삭감됐다. 2022년(1조3099억원)과 비교하면 2.2% 수준에 불과하다. 신규 가입자는 2022년 6만9000명에서 지난해 4000명으로 급감했다. 내년 예산은 기존 가입자 지원용이고 올해는 신규 가입자를 받지 않았다.

정부가 이 제도를 평가하면서 성과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는데도 폐지한 것도 논란거리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2년 12월 ‘내일채움공제 성과분석 및 발전방향 수립 연구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청년노동자 평균 재직기간(18개월) 대비 공제 가입 청년 재직자의 평균 근속기간(52.1개월)이 2.9배 늘었다고 평가했다.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는 11.9% 완화됐다.

정부가 내일채움공제를 폐지하고 비슷한 제도를 신설한 것은 ‘샤워실의 바보’처럼 뜨거운 물과 찬물을 오가는 대책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황 의원은 “잘 굴러가던 사업을 폐지해놓고, 다시 비슷한 사업을 신설한다는 정부의 오락가락 대책에 청년들만 피해 본다”며 “정부 재정 투입이 없는 사업을 청년 대책으로 생색내기 전에 이미 효과가 검증된 사업을 복원하고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기존 제도는 기업 부담이 높아 폭넓은 지원에 한계가 있었다”며 “중소기업 저축공제는 중소기업 재직자 누구나 일반 저축상품에 비해 높은 수익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경향신문이 독자님께 커피를 쏩니다!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